▲러시앤캐시 광고 속 한장면.
러시앤캐시
과거 사채 시장에서 벗어나 기업형 대부업이 시작된 건 외환 위기 이후인 1999년부터다. 중소 사채업자들이 대부분이던 시장에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이들은 최고 금리를 연 66%로 정한 대부업법이 제정된 2002년 전후 전성기를 누렸다. 신용카드가 남발되는 당시 풍토도 대부업 시장을 키웠다. 당시 금융사들 사이에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을 남발했다.
정부도 한몫했다. 특히 투명 과세 정책의 하나로 정부가 나서서 시행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나 카드 매출 전표 복권 추첨 제도 등은 신용카드 순기능만을 강조해 국내 신용카드 시장을 지나치게 팽창시켰다. 2002년 신용카드 발급 수는 연간 1억 장에 육박했을 정도다.
신용카드 대금 돌려막기가 만연하면서 당시 대부업계 1위인 아에루(AEL, 현 아프로파이낸셜그룹) 계열사의 대출 잔액은 1조 원을 넘었다.
그러나 2002년 말 신용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대부업체도 부메랑을 맞았다. 카드 대금을 갚으려고 대부업을 이용한 사람들의 높은 연체율과 부실률은 대부업체의 자금 압박으로 이어졌다. 대부업체에도 돌려막기가 횡행했는데 이때는 여러 업체에서 동시에 대출받은 다중 채무자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지 않았다.
또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의 부실화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2003년 말 전국 16개 시·도에 등록된 대부업체 1만3931곳 중 등록이 취소된 업체가 17.1%에 달했다. 10곳 중 2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결국, 당시 업계 1위인 아에루 역시 심각한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카드 대금을 갚으려고 사채를 빌려 쓴 서민들도 1년도 안 돼 엄청난 빚더미와 함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 무렵 불법 사채 시장의 평균 금리는 연 200%에서 많게는 연 1000%에 달했다.
저신용자 틈새 파고든 러시앤캐시 "불법 사채보단 싸다"급격하게 불어난 신용불량자 등 저신용자들은 갈 곳이 없었다. 당시 한 신용정보평가회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은행과 신용카드사, 캐피탈회사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꺼리는 저신용자(7~10 신용등급자) 수는 7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신용자을 받아주는 곳은 연 1000%에 달하는 초고금리를 요구한 불법 사채뿐이었다. 이 틈새를 파고들어 온 곳이 지금의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다.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러시앤캐시'로 잘 알려진 국내 대부업계 1위 업체다. '불법 사채보다는 싼 금리'인 합법적인 대부업체라는 점을 앞세웠다.
최윤 아프로파이낸셜그룹 회장은 대부업을 양성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2004년 출범한 러시앤캐시는 업계 최초로 전화상담실을 만들었다. 정해진 절차 없이 주먹구구로 이뤄지던 불법 사채업에서 벗어나 절차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대형대부업체 40여 곳은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의회를 결성해 신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건전 영업'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일본계 빅3 대부업체, 한국 대부업시장 40% 장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