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증25살 늦은 나이에 진학해 5년만에 겨우 취득한 '학위증'
강상오
나처럼 고등학교 실습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다. 1~2년 동안 번 돈을 모아 학비를 마련했으니 그 돈으로 대학교에 가겠다는 것이었다. 참 기특한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집 형편상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에도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었다. '어서 기술 배워서 돈을 벌어야지'라는 말을 듣고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런 우리 집 형편에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내려가 대학교를 다니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6년째, 나는 산업기능요원을 통해 군 복무를 대체하고 25살의 나이로 '사이버대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사이버대학이 처음 도입되던 시기였다.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늦게 진학한 대학이었는데 학생이기 이전에 나는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졸업을 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학위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대학을 졸업한 건 이미 마지막 직장에 '고졸'로 입사를 한 뒤였다. 그래서 결국 나는 '대졸'이라는 학력을 한 번도 써먹어 보지 못한 채 직장생활을 끝냈다. 15년간의 직장생활을 오로지 '고졸' 학력으로 버텨냈다.
15년간 총 8군데의 회사에 다녔다. 그중에 7개의 회사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나머지 1곳은 최근 8년간을 다녀온 대기업이다. 결국, 15년간 7개의 중소기업과 1개의 대기업을 다녔는데 결과론적으로는 대기업만 살아남고 중소기업은 다 사라졌다.
하지만 돌아보면 꼭 대기업을 다닐 때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대기업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모든 게 다 원하는 대로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대기업에 다니는 동안 내 실력을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전 7곳의 중소기업에서 갈고 닦은 내 경력 때문이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인생은 달라진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선택도 있었고 직접 한 선택도 있었다. 15년 동안 8곳의 직장을 다니는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지나고 보면 잘한 선택도 있고 잘못된 선택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내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테다.
나는 아직 3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시니어들처럼 멋진 인생의 성공담을 들려줄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고졸' 신분으로써 인생을 살아온 경험을 가감없이 들려줄 순 있다. 나의 이야기로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들어 무언가를 '선택' 해야 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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