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율
드디어 새누리당이 '국회 인문학'이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널리 알려진 상식처럼,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남겨 서양 근대철학의 아버지가 됐다. 그리고 약 400여 년 후, 오늘날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 그것도 수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뜸 데카르트의 후예들이 등장했다.
지난 2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름도 거창하다) 현안보고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RCS는 소프트웨어다, 고로 존재한다'는 참신한 주장을 폈다. 알쏭달쏭 심오한 이 주장... RCS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RCS는 이탈리아 해킹 업체 '해킹팀'이 개발한 스파이웨어(Remote Control System)로, 국정원이 민간기업 나나테크의 중개로 국내에 도입했다. 이 사실은 폭로 전문 저널 <위키리크스>가 해킹팀 내부문건을 유출시켜 밝혀졌는데, 여기서 드러난 정황들 때문에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진 상태다.(관련 기사:
복잡한 '국정원 해킹'...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의혹을 키우는 요인 중에는 왜 나나테크와 국정원이 RCS를 도입하면서, 미래부 인가를 받거나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보를 하지 않았는지가 포함 돼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RCS가 '감청설비'라면, 나나테크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에게 인가를 받도록 돼 있다. 또 국정원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그런데 둘 다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에, 몰래 RCS를 들여와 민간인들을 불법 사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진 것이다.
이 때 우리 훌륭하신 새누리당 의원님들께서, 한 목소리로 설파하신 진리가 바로 "RCS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감청설비가 아니다"였다. 이 말을 데카르트 식으로 바꾸면, 'RCS는 소프트웨어다, 고로 존재한다'가 된다.
하드웨어와 독립해서 소프트웨어가 존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