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NUM'S FIRST잉게 모라스의 사진을 감상 중인 관람객. 사진 가장자리에 보이는 상자가 이 사진들이 들어있던 나무 상자다.
정민숙
사진들은 모두 1947년부터 1954년도까지 촬영된 작품으로 83점이 전시되어 있다. 아시아 첫 전시를 기념하여 도록에는 전시된 모든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고 하여 구입하여 읽었다. 사진 속에 담긴 내용들을 전시장 안에서 모두 소화하기는 힘드니, 여유가 된다면 도록을 구입하여 보길 권한다. 행간의 의미들을 알고, 세계사와 함께 촬영된 시기의 사진들을 보면, 왜 이 사진들의 전시 제목이 처음에 '시대의 얼굴'인지를 알 수 있다. 도록의 내용과 사진들은 사진전문미술관에서 발간한 책답게 정성이 가득하다.
'1955년 5월부터 1956년 2월까지 오스트리아 다섯 개 도시를 순회 전시한 후 반세기 동안 그 사진들은 잊혀졌고, 2006년 봄 어느 날 인스브루크 주재 프랑스문화원이 신관으로 이전을 하면서 지하 창고에서 아주 낡은 두 개의 나무 상자를 발견하였다. 그 안에는 매그넘의 초창기 회원 8명의 오리지널 흑백 프린트 83점과 전시포스터, 매그넘 명판, 전시 설치에 관한 설명서가 함께 담겨 있었다.' - 출처: 한미사진미술관전시 사진들의 발견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신기한 것은 그 오랜 시간 동안, 곰팡이는 슬었지만, 사진이 훼손되지 않고 복원이 가능한 상태로 나무상자 속에서 존재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50년 동안이나 그 곳에 있었다는 것은 건물을 허물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고, 습기나 해충의 공격을 나름 견뎌냈다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공공기관 건축 상태의 변화를 본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을 것 같다. 반세기가 지나도 나무상자 속 물건들의 원형이 보존되는 건물을 짓는 나라라면, 적어도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