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용인 부아산에 붙인 그림을 최병성 목사가 가리키고 있다.
김병기
[쟁점①] 실종된 GPS 좌표와 식생S사의 전략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공사 예정 부지에 대한 세 개의 조사 지점이 등장한다. ST 1, ST 2. ST 3. 이 지점을 중심으로 나무와 풀의 식생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최 목사와 주민들은 허위 좌표 의혹을 제기했다.
GPS측정기를 구입해 전략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GPS좌표를 확인해보니, 3개의 조사지점 중 두 곳은 사업부지를 벗어난 다른 사람의 토지였고, 나머지 한 곳 역시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지점과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것이다.
S사 측은 '좌표 실종' 사태에 대해 해명을 하기는 했다. 조사 당일 GPS 측정기 배터리 방전으로 연구실에 돌아와 구글어스로 검색했다는 것이다. S사는 GPS 좌표는 틀렸지만 현장 조사 때 가져간 수치지도에 조사 지점을 명확히 표기했다고 해명했다. 다소 황당하지만, 양해해 주자. 조사한 게 맞다면, 그 지점에 가서 업체 측이 작성한 식생조사표에 기록한 식물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조사원들은 지금껏 5, 6차례 추가 현장 검증을 했지만, 자신들이 전략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한 나무들은 고사하고 조사 지점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최초 조사자가 현장 재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7월에 조사한 ST2지점은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지점과는 전혀 다른 그 주변의 절대보전녹지였다.
GPS 좌표만 틀린 게 아니다. 전략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나무와 풀도 실제 식생과 다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사업부지 안에 국수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데, ST1, ST2, ST3 모든 지점에 국수나무가 기록되어 있다. 고사리가 한 포기도 없는데 고사리가 우점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참나무 우거진 그늘 아래 살지도 않는 서양민들레와 냉이가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사업부지 전체를 덮고 있는 우점종인 애기나리는 한 포기도 기록되지 않았다.
실수로 몇 가지 식물을 빼트릴 수는 있다. 그런데 현장에 서식하지도 않는 식물을 기록했다면? 널리 분포해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들인데 누락된 목록이 너무 많다면? 주민들이 의혹을 품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략 환경영향평가서 총 식물목록에 기록된 나무 종류가 44종인데, 누락된 나무종류가 무려 77종에 이른다면 과연 현장을 제대로 조사한 것일까?
최 목사와 주민들의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공사 허가를 받으려고 제출한 전략 환경영향평가서의 조사 내용이 사실인지를 증명할 수 없다면? 그 문서를 한강유역환경청이 공인을 해줬고, 용인시가 이 문건을 토대로 공사허가를 해줬다면? 지금이라도 허가 취소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한강유역환경청은 달랐다. <오마이뉴스>에 보낸 서면답변에서 "식생조사 좌표 표기에는 분명한 오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민원인들의 주장처럼 현장에 가지 않고 조사한 것으로 판단하기는 곤란하며 식생 조사가 일부 미흡하나 전체 식생 상황 판단에 큰 영향이 없기에 거짓 부실 작성으로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상한 논법이다. 분명한 오류가 있으나 거짓 부실 작성은 아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식생 조사 위치와 식생조사표에 기록된 나무들을 찾아내지도 못하는 상황인데도 "전략 환경영향평가는 최소한의 핵심정보를 기초로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상세한 조사를 요하지 않는 제도"라고 업체를 두둔하기도 했다. 상세한 조사를 요하지 않을 수 있는데, 조사 지점조차 모른다면 전략 환경영향평가서는 휴지 조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지난 7월 16일에도 재조사를 했다. 이날 한강유역환경청과 용인시청, 환경부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조사한 우원식 의원실의 임도균 보좌관은 "식생 조사 위치와 식생조사표에 기록된 나무들을 찾지 못했다"면서 "부실, 허위 조사가 명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