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 선언 한달 후. 벌써 훈풍?<조선일보> 14년 9월 4일자
조선일보
극심한 전세난, 저금리, 그리고 경기를 부양한다는 최 부총리의 약속이 주택거래량 수치에 반영됐다. 복합적으로 작용한 3가지 요소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불안심리' 조성이다. 전세 가격은 미쳤고,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불안한 가계부터 먼저 움직였다. 주택거래량과 가격이 조금씩 올랐다. 덜 불안했던 가계도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2014년에 집을 구매한 사람들 중에는 특이한 사람들도 포함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이 그들이다.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 내역에 따르면 이재만 총무·정호성 부속·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각각 서울의 잠원동, 삼성동에 아파트를 매입했다. 당시 야당은 논평에서 '3인방'의 강남 아파트 구입을 언급하며 '초이노믹스'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4월 '하반기' 경기부양 언급, 7월에는 '초강경책'최 부총리의 출발은 좋았다. 지난해 7월 30일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압승했다. 선거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및 총리 후보자 낙마 영향 등이 있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언론에서는 '최경환'을 승리 공신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경기회복을 위한 최경환 경제팀의 결연한 의지가 국민들에게 통한 것 같다"고 의미를 한껏 부여했다.
그러나 결국 가계부채 증가가 최 부총리의 발목을 잡았다. 앞서 이한구 의원의 직격탄뿐 아니라, 주택거래량 급증은 곧 가계부채 급증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는 수치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13.8∼'14.6월까지 16.6조 원 증가했는데 '14.8∼'15.6월 동안에는 무려 59.5조 원이 증가했다. 1년 전 대비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난 3월 20일 '가계부채'를 논의하는 정부협의체가 구성됐다. 이름이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주기적으로 모여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협의했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는 3월 20일 이후 7월 17일까지 총 13차례에 걸쳐서 가계부채 해결에 힘을 모았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 진입했음을 범정부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했는데 최 부총리는 해외에서 엉뚱한 발언을 한다. 4월 중순 미국에서 개최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최 부총리는 미국 경제방송 CNBC와 한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하반기에 추가 부양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꼭 한국의 인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가계부채 관리협의체'가 운영되었는데 최 부총리는 미국에 가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한 것이다. 이 대목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경제정책에서 그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그의 발언을 '지속적 경기부양'으로 해석한 서민들이 빚을 내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상반기에 거래된 주택거래량 61만 호가 그 방증이다.
미국 언론에 '하반기 추가 부양책을 펼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최 부총리는 허언을 했다. 그로부터 석 달 후 '초이노믹스'는 종말을 고하게 됐다. 7월 22일 '관계기간합동' 명의로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가 발표된 것이다.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통상 3~5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뿐 아니라 소득에 대한 입증절차도 까다로워진다. <조선일보>는 7월 23일자 사설 '부동산 띄워 경기 살리려다 빚만 늘었다'에서 "앞으로는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지금보다 어려워지고 대출 상환 부담도 커진다는 말이다"라고 설명한 뒤 "1년 만에 정책 기조를 정반대로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믿고 집 산 서민들만 피해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