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pixabay
똑같은 음식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맛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또 평소 식욕이 좋은 사람도 있고, 시원찮은 사람도 있다. 어느 경우든 십중팔구는 부모에게 감사하든지, 혹은 부모를 좀 원망해도 될 것 같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입맛'이라는 게 선천적으로 타고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예를 들어 보자. 브로콜리는 몸에 좋은 채소로 요즘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브로콜리가 식탁에 오르면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아내가 브로콜리 좀 먹으라고 평소 강권을 하다시피 하는데, 무엇보다 써서 못 먹겠어요."
50대 중반으로 대기업 임원인 박씨는 직원들과 외식, 특히 양식을 할 때 브로콜리가 등장하면 골라내고 다른 음식만 먹는다. 반면 박씨의 아내 천씨는 브로콜리 광이라고 할 만큼 브로콜리는 잘 먹는다.
"브로콜리, 너무 고소하지 않나요?"천씨와 박씨 부부가 브로콜리에 대해 전혀 딴 맛을 느끼는 건, 무엇보다 쓴맛에 대한 미각이 다르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미각 전문가들은 PTC(페닐티오카마바이드)라는 물질에서 전혀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25%, 조금 쓰거나 매우 쓰다고 느끼는 경우가 75%쯤인 것으로 추정한다.
쓴맛에 대한 이런 감각 분포는 PTC가 아닌 다른 물질(음식)에도 대체로 비슷하게 적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흡연자들이 대체로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담배는 음식은 아니지만, 혀의 미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 담배에 대한 기호도 집안 내력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지만, 쓴맛을 좌우하는 것 또한 유전자라는 사실은 학계에 제법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최신 연구 결과 단맛에 대한 감각 역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각 등에 대한 연구로 정평이 있는 미국 모넬 연구소는 "커피를 탈 때 설탕을 한 스푼 더 넣는 사람들은 단맛 수용성이 떨어지는 유형일 확률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 243쌍, 이란성 쌍둥이 452쌍, 보통 사람들 511명에 대한 미각 테스트 결과, 단맛을 느끼는 정도가 유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단맛에 길들여진 환경 요인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단 음식을 특히 밝힌다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선천적으로 단맛에 둔감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게 이번 연구의 요지이다. 학자들이 단맛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모두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일부 '단맛 유전자'가 포도당이나 과당 혹은 인공감미료 등에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점은 일찍이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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