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페르민 축제의 소몰이 장면. 소와 군중 모두 부상당하는 일이 속출한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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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몰이에 끌려 나온 소들은 '플라자 데 토로(Plaze de Toro)' 원형 경기장으로 몰아넣어진다. 경기장에서 소들은 부상당한 몸으로 한참을 군중들에게 놀림 당하다가, 같은 날 오후 투우 경기에 사용된다.
투우는 스페인어로는 '코리다 데 토로스(corrida de toros)', 직역하면 '소의 질주(running of bulls)' 정도로 불린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불파이팅(bullfighting)'이라고 한다. 로마 시대에 사람과 맹수의 싸움을 즐기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투우는 17세기부터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금은 스페인, 포르투갈, 남프랑스 일부 지역과 멕시코, 콜럼비아, 에쿠아도르, 베네주엘라, 페루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 남아있다.
전통적인 투우는 총 세 개의 무대로 구성되고, 무대마다 다른 종류의 투우사가 등장한다. 첫 번째 무대에는 말을 탄 '피카도르(Picador)'가 등장해 소의 목에 '피카(Pica)'라고 불리는 창을 내리 꽂는다. 소가 피를 잃으면서 힘이 빠지도록 하고, 목 근육의 힘을 약화시켜 남은 경기 동안 목을 잘 가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세 명의 '반데릴레로(Baderillero)'가 각각 두 개, 총 여섯 개의 알록달록한 작살을 소의 어깨에 꽂는다. 이쯤에서 소는 상당히 많은 양의 피를 잃게 되고 점점 탈진해 가며, 공포심에 날뛰게 된다.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에서는 주역인 '마타도르(Matador)가 검과 '물레타(Muleta)'라고 하는 막대기에 감은 붉은 천을 들고 등장한다. 이 단계에서 소는 이미 지칠 대로 지치고, 출혈과 자상, 골절 등으로 인해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정신적으로도 거의 미쳐버린 초죽음 상태다. 마타도르는 마치 스페인 전통 춤과도 같은 동작으로 소를 유인하고 몸을 교묘히 빼는 퍼포먼스로 관중들의 환호를 받는다. 장내의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면 마타도르가 소의 심장에 검을 찔러 죽이면서 경기가 끝난다.
규칙대로라면 심장에 칼을 꽂아 즉사시켜야 하지만, 반 톤이 넘는 덩치의 소가 단 칼에 죽는 일은 드물다. 보통 세 번, 네 번씩 폐와 심장을 칼로 난도질 당하는 동안 소는 어김없이 피를 토한다. 소가 쓰러져 경기가 종료된 다음에도 몸만 마비 상태일 뿐 의식이 남아있는 채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마타도르가 훌륭한 싸움을 했다는 의미로 청중의 반 이상이 흰 손수건을 흔들면 마타도르는 소의 귀를 칼로 잘라 상으로 갖게 되는데, 이 역시 의식이 붙어 있는 상태로 행해진다.
숨이 넘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에게 존엄한 죽음 따윈 허락되지 않는다. 숨통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소는 뿔이 말에게 매달린 채로 짐짝처럼 경기장 내를 질질 끌려다니고, 이미 피를 보고 흥분한 관중들은 죽음을 목전에 둔 '패배자'에게 종종 맥주캔이나 쓰레기를 던지며 야유를 보낸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가혹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