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우 변호사는 진보정당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민주노동당 때부터 진보신당, 그리고 지금의 노동당까지. 보편적 복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중인 모습이다.
고상만
2013년 7월과 8월.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을 위한 집회가 연일 개최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에서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고 이 과정에서 절망에 빠진 해고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이덕우 변호사는 이러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해고자의 복직을 촉구하고자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에 불청객이 있었다. 경찰이었다. 문제가 발생한 날에도 경찰은 신고된 집회 장소의 1/3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합법 집회를 방해하고 있었다. 경찰의 집회 방해 행위를 놓고 당연히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이덕우 변호사를 비롯한 민변 소속 변호사 4명이 경찰의 팔을 잡아 끄는 등의 행위를 했다며 형사 기소했다.
그리고 이어 검찰 측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자신들이 기소한 변호사들을 징계해 달라고 청구한다. 이번 기회에 각종 공안사건에서 눈엣가시처럼 활동해온 인권 변호사들을 억압하겠다는 과도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한편 검찰로부터 이들 변호사들의 징계 청구를 받은 대한변호사협회는 징계 결정을 형사재판 결과 후 처리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지난 7월 6일.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 10월 불구속 기소된 이덕우 변호사 등 민변 소속 변호사 4명에 대해 검찰이 1심 구형을 내렸다. 이 날 검찰은 이덕우 변호사에게 징역 2년을, 김유정(35), 송영섭(43) 변호사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 6월을, 그리고 김태욱(39) 변호사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이들 변호사들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반면 민변 측은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헌법상 기본권과 법치주의 수호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면서 "검찰이 이들 변호사들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집회 장소의 1/3을 차지하면서 집회를 방해한 경찰을 기소해야 마땅하다"며 강력 비판했다.
그리고 이날, 1987년 사법고시 합격 후 지금까지 누군가의 억울함을 변호하고자 25년간 섰던 변호인석이 아니라 피고인석에 이덕우는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덕우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최후 진술을 남겼다.
"변호사 등록 취소가 될 수 있는 피고인이 되자 지금까지 맡았던 사건, 그리고 일부라도 보았던 여러 사람들의 삶이 떠올랐습니다.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 정성이 모자라지 않았는지 성찰하였습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만났던 이들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입니다. 이 사건 어떤 판결이 나더라도 저는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이날 이덕우 변호사의 최후 진술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검찰이 처음 자신을 형사 기소한 날, 이덕우 변호사의 첫 마디는 "고맙습니다. 그리고 영광입니다"였다. 그러면서 이어진 그의 말.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쌍용차 해고, 광우병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그리고 이라크 파병 등을 반대하고자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수많은 시민들이 기소되고 처벌 받았다"며 "그러한 수많은 촛불 중 하나로 우리 변호사도 인정해 줬다는 점에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인권 변호사' 이덕우, 그는 무죄다이덕우 변호사의 말에서 나는 잊었던 하나의 기억을 떠올렸다. 박정희 유신 독재하에서 조작한 '민청학련' 구속자 김병곤씨의 최후 진술이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김병곤씨는 이철, 유인태, 황인성 등 같은 구속자들과 함께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았다. 유신 독재하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는데 누구들 두렵지 않을까.
그때 민청학련 구속자 중 가장 어린 사람이 서울대 상대 출신의 71학번 김병곤씨였다. 그러나 마지막 최후 진술을 위해 피고인석에서 일어선 김병곤씨의 첫마디는 눈물속에 공판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김병곤의 첫마디, "영광입니다"였다.
"검찰관님, 재판장님,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무 한 일이 없는 저에게까지 사형이라는 영광스런 구형을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유신 치하에서 생명을 잃고 삶의 길을 빼앗긴 이 민생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걱정하던 차에 이 젊은 목숨을 기꺼이 바칠 기회를 주시니 고마운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감사합니다."그때 김병곤씨가 사형을 구형받은 유신독재시대로부터 무려 40여 년이 흘렀지만 민주주의 현실은 또 다시 역류하고 있다. 그 엄혹했다던 유신 독재하에서도 다행히 김병곤은 사형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검찰은 '변호사 신분에 있어서는' 사형과 다르지 않은 징역 2년을 이덕우 변호사에게 구형했다. 만약 이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된다면 우리는 '인권 변호사' 이덕우를 잃게 될 것이다. 변호사가 금고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이 박탈된다.
이덕우 등 민변 소속 변호사 4인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8월 20일 오후 3시. 애초 7월 24일 오후에 잡혔던 선고가 연기되었다고 한다. 이날 서울 중앙지방법원 합의 28부 재판부는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까. 나는 주장한다.
이덕우 무죄! 김유정, 송영섭, 김태욱 각 무죄!이덕우 변호사 등 민변 소속 변호사 4인의 무죄를 위해 많은 이들이 함께 기도해달라. 우리의 염원과 기도가 이 나라, 메말라 버린 민주주의의 땅에 단비로 내릴 때까지 함께해 달라. 나는 정의와 진실이 바로 잡히는 그날까지 '인권을 위해 끝까지 싸운' 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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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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