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산간마을에 구호활동에 함께가다

[네팔 지진 현장을 찾아서⑭] "재해구호그룹"과 함께 쌀을 전달하다

등록 2015.07.22 14:56수정 2015.07.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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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에는 최근 연이어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보통의 여행객이라면 이 또한 이색적인 풍경이라 여기며 여유를 즐길만한 일이다. 붉은 황토색 건물들이 형형색색으로 어우러지는 가운데 양철지붕이나 열대원시림처럼 우거진 나뭇잎을 때리는 장대비 쏟아지는 소리는 이색적인 리듬을 연출하며 따뜻한 커피 한잔과 어우러진다.

그러나 지진구호활동 때문에 온 나는 걱정이 앞선다. 모든 시선이 사라진 것처럼 외부에 구호활동은 이제 막을 내린 듯 현재 네팔에서의 구호활동도 간헐적이다. 오직 네팔의 비엔지오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이 눈물겹게 이어지고 있다. 국제기구와 수많은 엔지오의 요란하던 구호활동은 어떻게 자취를 감추고 만 것일까. 과연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나라가 맞는가?

겅거부 지역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건물 잔해 사진 위 인쪽은 네팔인들이 다시 다라하라 탑을 보기를 염원하는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다니고 있다. 사진 위 오른쪽은 재해구호그룹 멤버들이 출발하기 전에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갖고 있는 모습이고 사진 아래는 겅거부 지역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지진피해건물
겅거부 지역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건물 잔해사진 위 인쪽은 네팔인들이 다시 다라하라 탑을 보기를 염원하는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다니고 있다. 사진 위 오른쪽은 재해구호그룹 멤버들이 출발하기 전에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갖고 있는 모습이고 사진 아래는 겅거부 지역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지진피해건물김형효

첫 지진 피해지역에 대한 구호활동이 성실히 수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2차 대지진이 있었다. 1차 대지진 피해자로 사망자 8857명을 넘어서던 시점에 모든 통계는 멈춰버렸다. 하지만 대부분에 네팔인은 2차 대지진에 더 많은 인명피해가 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망자 수는 153명이라는 통계를 끝으로 멈춰버린 상태다. 모든 것이 그때 그리고 나중은 없다.

나는 한국에서 온 최성락 충북 꽃동네대학교 학생과 지진 피해지역을 안내하기 위해 함께 길을 나섰다. 카트만두 시내 한복판에 속하는 겅거부 버스터미널 일대에는 여전히 10여 채의 집들이 비스듬히 서 있었다. 무너진 집 더미 안에 깔린 인명을 구조하지 못한 채 방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트만두 더벌 스퀘어 주변에 상처 난 집들은 이제 겨우 허물어트리고 다시 집을 짓기 위해 삽질을 시작하고 있다.

카트만두 시내를 걷다 한국에서 인연이 된 한 지인을 우연히 만났다. 나는 그와 함께 뜻하지 않은 지진구호활동을 함께 떠나기로 했다. 최근 네팔인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구호활동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있다. 그 사람 또한 그런 활동을 위해 최근 결성된 "재해구호그룹"이라는 마을 단위에 단체에 회원이었다.

갈라진 건물들 외부에서는 멀쩡하다. 아내와 함께 재해구호그룹 멤버들과 합류했다. 사진 왼쪽에 한 찻집에서 본 이색풍경이다. 정전이 잦은 네팔인들에 생활의 지혜라고 해야할까? 가스통을 이용해 등을 밝혔다.
갈라진 건물들 외부에서는 멀쩡하다.아내와 함께 재해구호그룹 멤버들과 합류했다. 사진 왼쪽에 한 찻집에서 본 이색풍경이다. 정전이 잦은 네팔인들에 생활의 지혜라고 해야할까? 가스통을 이용해 등을 밝혔다.김형효

나는 그가 속한 재해구호그룹이라는 단체에 회원 10여명과 아내와 함께 동행하였다. 좀 더 속 깊은 지진피해내용을 알고자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번 지진으로 무너진 산악지대 까브레 답차(Dapcha)라는 마을을 찾았다. 해당지역은 카트만두에서 네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피해지역임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가 해당지역을 찾아간 7월 2일에도 오전 두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여진이라고 해도 그 규모가 우리 한국 사람의 생각으로 결코 만만한 규모는 아니었다. 규모 5포인트를 전후한 여진이니 만만치 않은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침 일찍부터 네팔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까브레 지역에 답차(Dapcha)라는 동네에 가서 쌀 70포대를 전달하는 일을 함께 하고자 간 것이었다. 해당 지역에 도착하고 무너진 지진 피해현장을 답사하기 시작했다. 앞 쪽에서는 멀쩡한 마을 집이 뒤쪽에 가보니 훵하니 무너져 내렸다.


어떤 집은 측벽이 무너졌고 어떤 집은 모두 멀쩡해 보이나 하늘이 열렸다. 무너진 집 안에 옥수수와 양파가 널려 있었고, 불안한 살림살이가 보였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무너진 벽돌을 밟고 올라섰다. 그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이번 지진을 자연재해와 인재가 겹쳐진 것이라 판단하였던 것이 정말로 옳은 판단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쌀을 전달하자마자 장대비를 피해야했다. 때문에 곧 현지인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버스가 많지 않은 사정으로 쌀을 싣고 간 트럭을 타고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오는 중에 비가 내리기도 하고 해가 비추기도 해서 이런 저런 색다른 체험도 했지만 온 몸은 비에 젖었다.


멀리서 보면 멀쩡한 산마을  멀리서 보면 멀쩡한 산마을 그러나 가까이 가보면 아수라장이다. 평화롭기만 한 산마을이 정상화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할까?
멀리서 보면 멀쩡한 산마을 멀리서 보면 멀쩡한 산마을 그러나 가까이 가보면 아수라장이다. 평화롭기만 한 산마을이 정상화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할까?김형효

까브레 답차 마을이다. 답차 마을에 주민들이 지진피해로 양철집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여준다. 사진 오른쪽은 쌀 자루를 전하기 위해 보건소에 도착한 재해구호그룹 멤버들 사진 아래 왼쪽은 건물 앞면 사진 아래 오른쪽은 같은 건물 뒷면이다.
까브레 답차 마을이다.답차 마을에 주민들이 지진피해로 양철집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여준다. 사진 오른쪽은 쌀 자루를 전하기 위해 보건소에 도착한 재해구호그룹 멤버들 사진 아래 왼쪽은 건물 앞면 사진 아래 오른쪽은 같은 건물 뒷면이다.김형효

피해현장에서 스스로 사실을 알리지 못하면 그런 내부사정을 구호활동가들이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재해구호그룹"은 앞으로도 해당지역을 지속적으로 돕기로 했다고 한다. 해당지역의 구호식량을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해당지역의 부서진 집들을 복구하는 일까지 마을이 정상화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부부도 그들과 함께 구호활동을 하기로 했다. 한 마을을 살리는 일을 작은 시민단체가 도맡아한다면 또 다른 마을로도 해당사례가 전파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게 된다.

하지만 마을 단위로 특정해서 구호활동을 떠났던 "재해구호그룹"이 둘러본 또 다른 인근 마을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막연히 구호활동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피해가 크지만 괜찮다. 어떡하겠느냐? 그냥 가던 길 가시라." 한 주민의 말이 그들이 얼마나 상심하고 있는 지 역설적으로 반증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재해구호그룹 #까브레 답차 마을 #정부가 외면한 산간 마을 구호활동 #장마비 #구조, 구호활동 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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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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