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 지방공기업 ③] 적자투성이 상하수도 사업, 5년간 5조

요금 원가 10% 안 되는 지자체 수두룩... "정부지원 필요"

등록 2015.07.21 08:16수정 2015.07.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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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연합뉴스) 작년에 지방공기업 398곳을 통틀어 총 8천965억원의 적자가 났다. 지방공기업이 전반적으로 경영난을 겪은 듯하지만, 유형별로 보면 지방 하수도 87곳을 뺀 나머지 지방 공기업은 4천400억원 정도 흑자를 봤다.

지자체가 직영하는 하수도는 지난해 지방 공기업 전체의 적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1조3천362억원의 경영 손실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지방 상·하수도 기업의 적자를 모두 합치면 무려 4조8천973억원이나 된다. 연간 700만원 수준의 등록금을 내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대학생 70만명을 도울 수 있는 액수다.

상하수도요금 지자체 간 '천차만별'

21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하수도 적자는 2010년 6천376억원에서 계속 늘어 작년에만 1조3천억원을 넘겼다.

막대한 적자는 원가에 한참 모자라는 요금 탓이다. 원가 대비 요금의 비율을 뜻하는 '요금현실화율'이 작년 기준으로 36%밖에 안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요금이 원가의 10%가 안 되는 곳도 수두룩하다.

충북 괴산(1.2%), 옥천(2.9%), 진천(4.9%), 경남 거창(3.3%), 경기 양평(3.5%) 등은 요금을 10배씩 올려도 요금현실화율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상수도는 하수도보다 사정이 낫다고는 해도, 요금이 원가에 모자라기는 마찬가지다.

상수도의 요금현실화율은 평균 80% 정도다. 하수도의 2배가 넘지만 경북 의성(15.6%), 울진(24.5%), 경남 합천(26.5%) 등 일부 지역은 요금을 3배 올려도 원가를 감당하지 못한다.


상하수도 운영이 자치단체에 온전히 맡겨 있으니 지역 간 요금도 천차만별이다.

환경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경북 청송군민은 1t당 325원에 수돗물을 쓰는데 강원도 정선군민은 이보다 4.4배 비싼 1천448원을 냈다.

경남 산청과 전남 여수 등은 하수 1t 처리에 평균 100원 미만을 내지만 대구 수성구와 부산 중구 등은 평균 800원 넘게 부담한다.

지자체마다 생산원가와 요금현실화율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생산원가는 기본적으로 지형이나 상수원과 거리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역마다 소규모 시설을 운영한 결과 효율성이 떨어진 것도 원가와 적자가 계속 높아지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가 고려해 요금 올리라고 하지만…"

지자체 직영기업인 상·하수도의 적자는 고스란히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을 매기고 적자는 세금으로 메우기에 물을 낭비하는 가정·기업에 더 많은 재정 혜택이 돌아가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는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2017년까지 하수도는 70%, 상수도는 90%로 요금현실화율을 끌어올리기로 하고, 전국 자치단체에 현실화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작년부터 전국 곳곳에서 상하수도요금 인상발표가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요금현실화율이 턱없이 낮은 곳은 요금인상으로 적자를 줄이기에 한계가 있다. 2∼3년 안에 요금을 10배 이상 인상하는 것은 민선 자치제도 아래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지역 간 요금 편차를 그대로 둔 채 현실화를 추진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물과 마찬가지로 필수 서비스인 전기는 전국적으로 단일요금체계가 적용된다.

상하수도기업의 막대한 적자와 요금 형평성을 개선하려면 정부가 시설 개선비용을 지원하고, 상하수도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지도록 소규모 기업을 통합하는 등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원발전연구원의 한영한 연구위원은 "강원도처럼 인구밀도가 낮고 지형이 험한 특성이 있는 지역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재정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5년간 4조2천519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낸 도시철도에 대해서도 시설투자와 무임승차 비용을 보전해달라는 지자체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지방공기업 신설·신규사업 추진 까다롭게

상·하수도기업과 도시철도 경영개선대책의 핵심이 요금현실화라면 나머지 지방공기업의 혁신방안은 신설과 신규사업 추진을 더 어렵게 하고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행자부가 올해 3월 마련한 지방공기업 종합혁신방안을 보면 앞으로 지방공기업을 설립하려면 행자부가 지정하는 독립기관에서 설립 타당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 신규사업도 비슷한 절차를 거치게 할 방침이다.

지금은 자치단체가 타당성 검토기관을 지정하다 보니 검토 결과의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지방공기업 청산 요건·절차도 보다 명확해져, 부실공기업 시장 퇴출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부채비율·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이자보상배율 지표가 일정 수준을 벗어난 지방공기업이 향후 사업전망까지 없다고 판단되면 청산 대상 기관으로 지정하고 법령에 따라 해산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있다.

정부는 또 모든 지방공기업의 사업에 대해, 민간영역을 침범할 우려가 있는지 점검하는 '시장성 테스트'를 거쳐 정비를 추진하기로 했다.

골프연습장, 골재채취, 주류 제조, 목욕장(탕)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민간경제 침해 우려 사업들이다.

작년부터 추진한 부채관리도 계속된다.

특히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거나 부채규모가 1천억원이 넘는 지방공기업 26곳은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 행자부는 이들 부채 중점관리 지방공기업의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평균 120%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한 행자부 관계자는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시장원리에 맡기기 어려운 사업을 맡기려고 국가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것"이라며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해도 시장에서 얼마든지 공급될 수 있는 서비스라면 민간에 이양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훈 임보연 이상현 심규석 최찬흥 강종구 하채림 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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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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