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범(59)씨. 국립 충남대 병원(원장 김봉옥) 소아병동에서 냉, 난방 등 기계설비, 보수 업무를 하고 있다. 경력 10년, 충남대병원에서만 6년 차인 그의 지난 달 월급은 143만 원이다.
심규상
충남대병원 내 비정규직 시설관리 업무에는 87명이 근무하고 있다. 충남대병원은 지난 5월 병원 내 시설관리 용역입찰 공고를 내면서 기초금액을 26억9800만 원으로 공고했다. 입찰에 참여한 시설관리업체들은 병원 측이 제시한 기초금액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기초금액 안에는 시설관리에 필요한 직원 인건비와 운영 관리비, 용역업체 이익률 등이 포함돼 있는 게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낙찰업체는 병원 측이 제시한 기초금액을 근거로 23억6200여만 원(낙찰률 87.995%)을 제시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수십 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도급업체가 울상을 짓고 있다. 알고 보니 기초금액은 지난해보다 5900만 원(2014년 27억5700만 원) 줄고, 낙찰금액은 6800여만 원 줄어들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이익은 고사하고 직원 인건비조차 맞출 수 없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김씨의 월급이 돌연 156만 원에서 147만 원으로 줄어든 주된 이유다. 충남대병원은 왜 터무니없이 지난해보다 낮은 용역관리금액을 제시한 것일까?
"병원 측이 지난 4월 결성한 시설관리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생기면 좋을 게 없으니 당해보라는 것 같아요." "자정부터 오전 6시가 휴식시간? 근무수당 왜 안 줬나" 비정규직 시설관리 직원들은 지난 4월, 노조(공공비정규직노조 충남대분회)를 결성했다. 노조를 만든 것은 6년 만의 일이다. 병원 측이 실수로 용역 기초금액을 잘못 산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병원 측이 기초금액 산정을 실수로 잘못했다는 말도 나와요. 애초 작성한 원가내역서만 보면 다 드러나는 데 병원 측이 노조 측이 요구하는 원가내역서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뒤늦게 노조는 분통 터지는 일을 알게 됐다. 10여 년 동안 병원 측이 연장근무수당과 야간근무수당을 떼먹어온 것이다. 아예 시설관리용역 입찰 때 용역인건비를 편성하면서 주간 근무의 경우 낮 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야간 근무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를 휴식시간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연장근무수당과 야간근무수당을 주지 않았다. 이는 전국 국립병원 시설관리직 중 최하위 월급을 받아온 이유이기도 했다.
노조 측이 4교대(주간-주간-당직-비번) 근무자를 기준으로 산정한 사라진 근무수당만 대략 102시간에 달한다. 1인당 월 30~40만 원에 해당하는 액수다(관련 기사 :
충남대 병원은 왜 돌연 3교대 근무로 바꿨나?). 21일 충남대병원은 수당 미지급과 관련해서 "도급업체(용역업체)에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노조에서 지방노동위원회에 병원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어요. 점심시간과 야간 밤샘근무시간이 휴식시간이라니요? 세상에 떼먹을 게 없어서 근로자들의 근무수당을 떼먹습니까? 노조를 결성하지 않았으면 떼먹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을 거예요."병원 측은 올해 용역입찰 때에도 용역인건비에 대기근무시간을 휴식시간으로 분류했다. 그런데도 병원 측은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산정과 지급 여부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용역 업체에 있다"며 책임을 용역업체로 떠넘겼다.
와중에 병원 측은 근무형태까지 변경했다. 십 수 년 동안 해오던 근무형태를 전면 개편한 것이다. 기존 밤 근무형태를 4교대에서 3교대로 변경했는데 기존보다 평일 낮 근무자는 17명이 줄고, 공휴일에는 21명의 근무자가 줄어들었다. 병원 측은 줄어든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근무형태만 바꿨다.
"정말 이해가 안가요. 일하라는 게 아니라 하지 말라는 거예요. 3명이 하던 일이 1명이 하는 곳도 있어요. 피로누적에 사기저하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스스로 그만두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병원 측은 지난 8일 "직무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운영계획이 일부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바뀐 근무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바닥 방수페인트 작업에 세면기 설치까지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