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또 다른 관점

[주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 주주의 반란?

등록 2015.07.20 14:47수정 2015.07.2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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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다른 관점

삼성물산은 17일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제일모직과 합병 승인 건을 통과 시켰다. 향후 삼성과 엘리엇간의 추가적 힘겨루기는 지속되겠지만 일단은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6월 초 '행동주의 해지펀드' 엘리엇이 합병비율을 문제 삼으며 합병을 반대선언하며 시작된 44일간의 전쟁기간 동안 논란과 명분들이 난무했다. 이를 요약하면, 헤지펀드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 즉, '주주인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위한 정당한 행위인가 아니면 약소국에 대한 수탈자인가?', '삼성의 관점에서는, 과연 국익을 위한 필사적 저항인가 아니면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하기위한 편법인가?'하는 포인트이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화들도 있었다. 삼성은 엘리엇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애국심에 호소하는 대규모 광고전을 펼쳤다. 삼성은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천문학적 거금을 한국에서 챙겨간 '론스타'의 사건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던 주주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삼성물산의 많은 직원들이 주주들을 찾아다녔고, 심지어 주주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케이크와 수박을 배달했다는 풍문도 들려 온다. 주주들은 선거 때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받는 그것처럼 증권시장 이래로 경험하지 못한 과분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투자자가 소유한 주식은 어떤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가?

이 사건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증권시장 내에서 대주주와 기타주주 간 주식을 매개로 벌린 일종의 권력투쟁이라는 관점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엘리엇이나 삼성 모두가 자신들만이 정당하다는 명분들을 내 세웠지만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양자 어느 곳이나 전부 옳거나 그르거나 나쁘다고만 말 할 수 없는 것은 주식이 내포한 가치의 특이성 때문이다.

주식은 대표적 위험자산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중투자자들은 손실을 본다. 이런 결과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잘못이라고 지적해 오고 있지만, 그보다도 증권시장의 구조와 주식의 속성에 기인하는 면이 더 크다.


어떤 주주가 주가 100만 원 짜리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과연 그 주식이 그 가격과 동일한 가치를 갖느냐하는 의문에 봉착한다. 대부분 실물재화들은 사용이나 청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증권시장내의 주식은 배당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현재 주가(株價)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익률이므로 별 의미를 둘 수 없고 미래에 더 비싸게 팔려는 기대가치만 있고 사용가치는 경영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대주주가 갖고 있는 셈이다.

대주주가 갖는 사용가치란 경영권을 소유함으로 누리는 유, 무형, 합법적, 비합법적인 모든 이익으로 권력, 금전적 이익, 명예, 유리한 상속행위 등을 포함해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주식가격의 높고 낮음이 투자자들에게는 전부이지만 대주주에게는 그리 절실하지도 않다. 오히려 상속세를 줄이거나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하기위해 주가가 내리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대선 때 보았듯이 주가가 폭등한 틈을 타 장내 주식을 매각해 수백억에서 천 억대의 거금을 챙기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폭락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손실을 야기한다. 그리고는 지분감소에 관계없이 경영권은 그대로 누린다.


주식회사의 부분적 모순성

이론적으로 주식의 지분만큼 그 회사를 소유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소유한 주식은 사용가치가 없고 (소액의 배당을 제외하면) 회사의 미래가치라는 애매모호한 논리를 등에 업고 더 비싸게 팔기위한 게임의 수단 즉, 고스톱판의 화투나 포커판의 카드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회사가치를 자의적(恣意的)이고 인위적으로 평가하여 주가를 조작하기도 하고, 사소한 변수와 환경에 의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것이다.

언급한 것처럼 평상시 동일한 주식을 놓고 대주주와 중소주주간의 현격한 가치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주주가 어떤 이유에 의해 추가지분을 필요로 할 때, 즉 적대적 M&A의 방어나 이번 삼성물산 합병사건 같은 경우 대주주는 자신의 낮은 지분을 극복하기위한 필살의 노력을 한다. 평상시 시장에서 게임의 수단의 기능에 불과한 주식은 드디어 대주주의 추가매입 욕구에 의해 그 회사와 가치의 통로(通路)가 열린다.

다시 말하면, 이때 그 주식은 시장에서 변수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인위적 조작에 의한 가격이 아닌 효용가치에 의한 정상적 가격이 작동한다. 즉, 대주주가 생각하는 회사의 가치에 수렴하여 대부분 주가가 상승해 주주들은 득(得)을 보며 매도세가 소극적일 경우 주가가 폭등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삼성의 경우도 우호 주주들이 도와주지 않았을 경우 추가주식 매입이 필요, 그 과정에서 주가가 많이 상승, 주주들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줬을 것이다.

엘리엇의 이번 합병반대 행위는 오늘날 주식회사의 부분적 모순성에 기인하기도 한다. 즉, 유한소유(책임)제도임에도 지분에 관계없이 현실적으로 기업에 대해 사용가치의 대부분을 누리는 대주주와 중소주주간의 비형평성에 대한 중소주주들 반란의 관점으로 볼 수도 있다.
#주식가치 #기업합병 #적대적M&A #비형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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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소시민입니다.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아 경실련 창립회원으로 활동한바 있고, 중앙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주식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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