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면서 멧봉우리마다 올라타는 송전탑은 누구한테 도움이 될까?
철수와영희
큰할매를 만나고 오는 길에 아빠가 말했다. "송전탑을 따라가면 그 끝에 핵 발전소가 나온단다." 핵 발전소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 사고가 났던 발전소란다. 다른 나라에서는 위험하다고 핵 발전소를 안 짓는다는데 우리나라는 더 짓는단다. 그래서 저 송전탑이 필요하단다. 서울로 더 많은 전기를 보내려고 말이다. (31쪽)
나라에서는 밀양에 송전탑을 꼭 박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에서는 송전탑을 안전하게 짓겠다고 외칩니다. 밀양 시골사람이 쓸 전기가 아니라 큰도시에 넘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써야 할 전기이기 때문에, 큰도시하고 많이 떨어진 외진 시골에 핵발전소를 짓고, 외진 시골을 가로지르는 송전탑을 박아야 한다고 합니다.
서울이나 부산 한복판에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짓는 일은 없습니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발전소가 터질까 위험하다기보다, 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이 둘레에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송전탑을 박으면, 송전탑을 박는 돈뿐 아니라, 송전탑을 거치면서 버려지는 전기가 무척 많습니다. 얼핏 보기에 도시에 발전소를 안 짓고 시골에 짓는 일이 돈을 아끼는 일인 듯 여기지만, 도시에서 쓸 전기는 도시에 발전소를 지어야 옳을 뿐 아니라, 돈도 적게 듭니다. 큰 발전소하고 우람한 송전탑으로 전기를 얻는 사회와 경제는 이제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집집마다 전기를 손수 얻어서 쓰는 흐름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더욱이, 송전탑을 박는 시골은 외진 시골이요, 아름다운 멧골이기 일쑤입니다. 한국전력 일꾼은 지도를 펼쳐서 송전탑 박을 곳을 따지기에, 우람한 송전탑은 으레 논 한복판에 섭니다. 아름드리 숲과 멧등성이 한복판에 송전탑이 자꾸 들어서면서, 숲이 망가지고, 산사태가 일어나며, 숲짐승이 죽습니다. 이뿐 아니라 논밭과 농장과 짐승우리 둘레에 송전탑이 서면서 '도시사람이 먹는 곡식과 열매와 고기를 거두는 시골 농사'도 나빠지기 마련입니다. 큰 발전소하고 우람한 송전탑을 시골에 세운다고 해서 도시사람이 '안전'할 수 없어요. 농약범벅 곡식이 사람 몸에 좋을 수 없듯이, 송전탑 곁에서 자란 곡식이 사람 몸에 좋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