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전날 경기도 용인시 야산에서 자살한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의 유서가 공개되었다.
강민수
[미스터리1] 지우면 안 되는 '대북 자료' 그는 왜 지웠나지난 17일(금) 국가정보원이 보도자료를 냈다. 제목이 <해킹 프로그램 논란 관련 국정원 입장>이다. 2장짜리 보도자료로 내용을 요약하면 '국정원이 왜 무엇 때문에 우리 국민을 사찰하겠습니까?'이다.
국정원은 35개국 97개 기관이 해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시끄러운 나라가 없습니다"며 "어떤 정보 기관도 이런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하지 않습니다"고 주장했다. '믿어달라'는 내용 외 별다른 사항이 없는데도 보도자료를 스스로 내놓고 어느 나라도 이런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하지 않는다고 하니, 국정원의 대응 태도는 매우 특이하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보도자료 뒷부분에 나온다. '믿어달라'는 호소조에서 갑자기 "우리의 안보 현실은 엄혹하기 그지 없습니다"라고 톤을 바꾼 국정원은 "어떻게 하면 북한에 관해 하나라도 더 얻어 낼 수 있을까 매일처럼 연구하고 고뇌합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노력을 함부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며 각계각층의 협조를 당부했다.
국정원의 보도자료가 언론에 전달된 이튿날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전산 담당 요원 임아무개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유서는 하루 뒤인 지난 19일 공개됐다. 1장짜리 유서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등장한다.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하였습니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습니다. – 임 요원 유서 중"지난 17일 국정원 보도자료의 핵심은 '국정원을 믿어달라' 그리고 '북한에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얻어낼지 노력하고 있다'로 요약된다. 지난 19일 공개된 임아무개 요원의 유서는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면서 '대테러, 대북 공작 활동'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고 밝히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긴다. 그는 왜 '대테러, 대북 공작관련 지원 활동' 자료를 삭제했을까. 국정원에서 보도자료에서 공개한 것처럼 해당 지원 활동은 오히려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사용을 정당화해주는, 존재한다면 결코 삭제해서는 안 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미스터리2] 국정원 전산 요원, 무엇을 했고 무슨 책임을 지려 했나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과 정보위 소속 박민식 의원이 지난 19일 임씨 자살과 관련해 국정원으로부터 파악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철우 의원은 "임씨가 어떤 (해킹) 대상을 선정하는 역할을 한 게 아니다. 대상을 선정해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이메일에 심는다든지 그런 작업을 하는 기술자"라며 "(해킹) 결과물이 들어오면 그 내용을 그대로 대테러 담당자라든지, 이런 사람에게 이관해 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의 설명을 듣노라면 의문이 뒤따른다. 실무 기술을 지원하는 그는 왜 극단의 선택을 했나. 임씨에게 '해킹 대상'을 정해서 알려준 '요원'은 누구이며, 임씨가 해킹 결과물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준 '대테러 담당자'는 누구인가. 단순히 기술 요원으로 역할이 격하된 듯 소개된 임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라면 업무 지시자에 대한 보호 혹은 관찰이 시급한 상황이 아닌가.
여당 정보위 간사는 '임씨는 전달자'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임씨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아 사용한 '요원'에게 확인하면 임씨 자살과 관련된 의혹은 사후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포함해서 모든 저의 행위는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유서에 남긴 임씨의 주장도 뒷받침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보안 전문가인 임씨가 삭제한 자료를 국정원은 "아무리 늦어도 이번 달 안에 삭제된 파일이 100% 복구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정원이 일부 정보위원에게 보고한 내용이라고 언론에서 보도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가. 설명을 듣다 보면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내용이 보인다. 20년 동안 국가 기관에서 사이버 요원으로 활동한 임씨가 죽으면서 삭제했다고 고백한 내용이 '이달 중 100% 복구'되는 내용이었다면 그는 왜 삶의 마지막 순간에 굳이 삭제 내용을 보고했으며, 이를 "자신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고 설명했을까.
[미스터리3]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국정원 직원 일동의 성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