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모래폭풍모래폭풍 후, 갑자기 어두워지고, 후덥지근해졌다.
정효정
모래 폭풍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가 길을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가이드북과 다른 여행자들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철로를 지난 후 보이는 첫 번째 차이하네(휴게소)에서 차는 오프로드로 향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차는 이미 차이하네를 한참 지났다. 다른 여행객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칼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길도 모르면서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한 거야? 뭐 이런 운전기사가 다 있어? 난 이 사람에게 한 푼도 줄 수 없어!"가뜩이나 심경이 복잡한데 칼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나까지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칼은 운전기사를 마구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당신, 길을 모르는 거야? 이 멍청이! 죽여 버릴 거야, 당신."상황도 상황이지만 난 이 학교 교사라는 젊은 여행자가 아버지 뻘의 막심을 막 대하는 것에도 화가 났다. 길길이 날뛰는 칼을 최고의 인내를 가지고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한 막심에게 일단 아까 지나친 차이하네로 다시 가달라고 했다. 일단 차이하네에서 길을 물어보든, 다른 운전사를 섭외하든 할 수 있을 거다.
해는 지고 있고 모래폭풍의 여파로 더욱 어둡다. 바람은 멎었지만 공기에는 매캐한 모래로 가득했다. 첫 번째 차이하네에서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엉뚱한 길을 가고 있었다. 지옥의 불은 여기서 동쪽으로 오프로드 40km를 더 가야한 단다. 문제는 막심이다. 고속도로 운전도 자신이 없는 막심이 오프로드를 갈 수 있을 거 같지 않다. 다시 수소문해서 80불에 트럭을 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