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힌 우피치공공노조의 파업으로 오늘 일정이었던, '우피치 미술관'이 휴관한다는 공고문입니다.
박용은
이틀 전 밤, 그날의 여정을 정리하려고 노트북을 켜 보니 영어로 된 메일이 한 통 와 있었습니다. 발신자는 주요 박물관, 미술관들의 입장권을 예약해 두었던 웹 사이트. 떠듬떠듬 해석해보니, 내용인즉, 이탈리아 공공노조의 파업 때문에 오늘 아침 첫 시간으로 예약해 두었던 '우피치 미술관'이 문을 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우피치 미술관'에 가보고 문을 열지 않았으면 자기들에게 메일을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공공노조 파업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직원은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인지 더 묻지도 않았는데 오늘 '우피치 미술관'과 다른 박물관들 모두 문을 열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원래 '우피치 미술관'은 월요일이 쉬는 날입니다. 거기다가 여행객이 많은 토요일, 일요일까지 제외하고 나면 '우피치 미술관' 관람 계획은 정말 잘 짜야 합니다. 나는 애초에 피렌체에서 7박 8일의 여정이었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았는데 하필 오늘이 파업이라니 난감할 따름입니다. 그런 내 심정을 알아차린 걸까요? 직원은 마치 자기 일처럼 미안해합니다.
"미안하다. 당신 같은 여행자들은 파업 때문에 불편하겠지만, 우리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이해해 달라."그렇습니다.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지라 해도 이곳의 주인은 이탈리아인들입니다. 여행자들은 그들의 삶의 공간을 잠시 빌린 이용자들일 뿐이지요. 그래서 다시 웃으며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직원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당신도 유니언(공공 노조)이냐?""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유니언이다."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파업이라면 모두 불법적인 것이고 시민의 불편함을 유발하는 이기적 행동으로 보도되는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자기 일이 아님에도 공공노조의 파업을 당연시하고 여행객에게 양해를 구하는 호텔 직원의 인식이 오히려 부러울 뿐이었습니다.
직원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평상시보다 더 일찍 호텔을 나서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파업 때문에 문을 열지 않는다는 쪽지가 붙어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니 예비 일정도 준비해 두는 게 좋을 거라는 여행 선배들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예약 사이트에 메일을 보내 환불을 요청하고 급하게 일정을 바꾸었습니다. 그곳은 피렌체와 시에나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중세 도시,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