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는 비경쟁적 토론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저자와 함께 질문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모으고, 투표하고, 답하고 있다.
허우진
학생 중심의 '비경쟁식 토론'이 이어졌다. 기존의 토론대회처럼 찬반을 나누지 않았다. 결론도 없고 승자도 없었다. 학생들이 던진 질문만 남았다.
선택도서 저자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전체토론에서 다룰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를 뽑아야 했다. 질문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만들어졌다. 네 명이 한 조를 이뤄 하나의 질문을 뽑아 각각 칠판에 적었다. 학생들은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투표를 통해 정했다.
'우리나라도 덴마크처럼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개혁이 가능한가?', '사회 안전망의 기준과 존엄성 보장의 구조적 방안은?', '인간이 자연에 간섭해도 되는가?'의 질문이 각 토론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뽑혔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인천부흥고등학교 백승원 학생은 "기존 토론대회에선 찬반을 나눠 싸우게 했는데, 이번 토론대회는 소통할 수 있어 더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인천효성고등학교 교사 제갈민씨는 "경쟁하지 않고 토론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아이들이 이번 토론대회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접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토론대회의 운영위원인 임성빈 인천국어교사모임 대표는 "비경쟁식 인문학 토론대회가 정착되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교육에 인문 정신을 세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인천교육청 홍보팀장은 "사회에서는 인문학이 위기라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조금 다르다"며 "김해, 강원, 경기, 서울 등 각지에서 3∼4년 전부터 이런 인문학 행사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오찬호 연구원은 이날 토론대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런 행사 자체가 인문학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인문학이 위기니까 이렇게 외부 행사로, 그것도 남들 다 쉬는 토요일에 열리지 않나"라며 "교육 현장의 중심에서 인문학이 다뤄지면 다들 낯설어한다. 결국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제도 변화에는 사람의 용기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토론대회에 참여한 가림고등학교 장현지 학생의 소감은 인상적이었다.
"오늘 토론을 하면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를 얻었어요. 우리 젊은 세대가 사회 의식을 가져야 해요. 이대로 후손에게 물려주면 안 돼요. 지금과 같은 현실은 악순환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