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대디>에서 스즈키역으로 나온 이문식 신체단련 모습
영화사 제공
샐러리맨, 마흔일곱 살, 168cm의 키에 체중은 65kg. 평범한 보통 직장인의 삶을 살아가던 스즈키의 유일한 행복은 아내와 딸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일상을 뒤흔드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딸 하루카가 맞았단다.
놀라 달려온 병원에는 세 남자가 서 있다. 이런 일은 흔한 일일 뿐이라고 말하는 세 남자의 뻔뻔한 태도. 스즈키는 강해 보이는 그들에게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버린다. 딸을 이렇게 만든 놈은 그런 그에게 조소를 보내고, 스즈키는 아무 저항도 못 하고 무기력하게 그들을 돌려보내고 만다.
이날부터 스즈키의 일상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잠을 자지 못하고 밥도 먹을 수 없었다. 스즈키와 아내, 딸의 행복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런데 그놈은? 딸을 이렇게 만든 그 놈은 유명 배우인 부모와 학교의 비호 아래 승승장구하고 있던 고교 최고의 권투 선수 이시하라. 어른들은 돈으로 이시하라의 세계를 공고히 보호해주고 있었다. 스즈키는 그렇게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모한 짓을 벌이고 만다.
드디어 등장하는 '더 좀비스'. 재일한국인 소설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최고 히트상품은 단연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인 더 좀비스이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연작 <더 좀비스> 시리즈는 몇 년 전 <레볼루션 No.0>으로 막을 내렸지만 내 마음속 '더 좀비스'는 여전히 팔딱팔딱 살아 숨 쉬고 있다.
일본 내 삼류 꼴통 고등학교 학생들인 '더 좀비스' 멤버들이 유쾌한 몸짓으로 일본의 경직된 학력 구조에 아슬아슬한 균열을 가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내 몸을 간질인다. 저절로 환호성이 난다. 너희를 응원한다고, 너희는 할 수 있다고 소리쳐주고만 싶다.
웃으면서도 모험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아이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함께 하면, 머리를 좀 쓰면, 조금 무모해지면, 세상엔 못 할 것도 없다는 것을 그 아이들은 알고 있었고, 그건 비단 아이들에 한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스즈키 역시 할 수 있었다.
부엌칼을 들고 이시하라에게 덤벼들 작정이었던 스즈키는 그만 학교를 헷갈린 바람에 더 좀비스와 만나게 된다. 미나가타, 이다라시키, 가야노, 야마시타 그리고 박순신. 스즈키 앞에 얼굴을 내민 아이들은 스즈키가 원하지 않는대도 스즈키를 돕기로 나선다. 아이들은 말한다.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공포는 기쁨이나 슬픔과 똑같아서 그냥 감각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