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식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의 쉼터 마련을 위한 '하루 밥집' 행사가 열린 가운데, 자원봉사자로 나선 장동원 생존자가족대책위 대표가 식당을 찾은 시민들의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유성호
이날 점심 시간의 밥집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리를 메워 시끌벅적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밥집을 찾아 쉼터 기금 마련에 힘을 보탰다.
밥집을 가득 메운 손님들 덕분에, 이날 준비한 비빔밥 500인분은 40여 분 만에 동이 났다. 비빔밥 외에도 추어탕, 두부김치, 야채전, 치킨 등을 준비한 시민상주 40여 명은 분주하게 밥집 곳곳을 오가며 음식을 만들고, 나르고, 치웠다. 두부, 콩나물 등 일부 식재료는 시민들이 후원하기도 했다.
대안학교 오름 학생인 김지원군은 "평소에 광주 북구 일곡동에서 세월호 마을촛불에 참여해 왔는데 오늘 (세월호 생존 학생을 위한 쉼터 마련에) 힘을 보태기 위해 밥집을 찾았다"며 "음식이 너무 맛있어 배불리 먹었다"고 말했다. 시험을 보고 밥집을 찾은 전남여고 학생 다섯 명은 "밥집을 찾은 유가족 분들을 만났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작게 나마 그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밥집 운영으로 인해 생긴 수익금은 쉼터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안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시민상주모임은 세월호 참사 발생일인 '20140416'에 '18'을 붙인 후원 계좌(2014041618, 농협)를 만들어 수익금과 후원금을 모을 계획이다.
시민상주 박미자씨는 "왜 뒤에 '18'을 붙였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원래 뒤에 '518'을 붙이려다가 계좌번호 자리수가 맞지 않아 '5'를 뺐다"며 "어떤 분들은 '욕과 발음이 비슷하다'며 의심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박씨는 "같은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한 일도 해줄 수 있다"며 "생존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시민상주모임이 계속 함께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하루 밥집을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이렇게나마 힘을 합쳐야 하는 시대를 산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밥집을 찾은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는 "야채전, 추어탕, 두부김치, 비빔밥 등 넘치는 대접을 받아 맘 편히 얻어먹었다"며 "오늘 밥집 외에도 마을 촛불, 천일 순례 등을 통해 세월호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광주 시민에게 큰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밥집을 나와 버스에 오르던 유가족 제삼렬(고 제세호군 아버지)씨는 "(광주는) 내가 방황하더라도, 언제든 받아줄 수 있는 곳"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한편 밥집은 이날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