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중 대부분은 명예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진실구명 미결정 상태다.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심규상
"살구나무 그늘아래 오순도순 모여 살던 따순 이름 마을 있었지요. 살구 한줌씩 나누며 늘 함께 웃었지요..." (류지남 시인의 살구쟁이 마을 민간인 학살 65주년에 부쳐)
살구나무가 많아 살구쟁이로 불리던 골짜기. 하지만 1950년 7월 이곳이 죽음의 골짜기로 변했다. 보도연맹원과 공주형무소 수감 정치범 등 500여 가까운 민간인들이 군경에 의해 살해됐다.
9일 오전 11시 열린 10번째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살해된 살구쟁이 현장(공주시 왕촌면)에서 열렸다. 유가족들의 슬픔은 아침부터 내린 비로 더욱 커졌다. 총살되기 직전 트럭에 실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희생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내걸렸다. 사진을 올려다보는 유가족들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곽정근 공주유족회장의 인사말도 침울했다. 그는 "공주에서 희생된 500여 명 중 대다수가 아직 미신고 유족"이라며 "그런데도 과거사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잠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공주시의회에서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조례안을 준비한다고 한다"며 "여야 의원들의 협조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살구쟁이 왕촌에 위령비를 세우는 일"이라며 "학생과 시민들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교육현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