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DCRE 2000억원대 세금 소송 '2차전'

서울고법, DCRE에 '기업분할 시 9000억원 승계' 자료 제출 요구

등록 2015.07.09 15:17수정 2015.07.09 15:17
0
원고료로 응원
서울고등법원 행정5부는 8일, OCI주식회사(옛 동양제철화학)의 자회사 (주)DCRE가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지방세 부과 취소 처분 행정소송' 항소심 1차 심리를 진행했다. 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세금 소송 2차전이 시작된 것이다.

OCI(주)는 지난 2008년 5월 8일 인천공장 사업부문을 분할해 자회사인 (주)DCRE를 설립했다. (주)DCRE는 약 1조 1000억 원으로 '조건부 평가'된 인천공장의 부동산을 넘겨받으면서 '조세특례제한법상 적격 분할에 해당한다'며 남구와 연수구에 '취득세 등 전액 감면 대상'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이를 감사한 인천시는 해당 기업 분할이 지방세 감면 대상인 적격 분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012년 4월 10일 1711억여 원을 과세했다. (주)DCRE는 조세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조세심판원은 2013년 6월 14일 이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주)DCRE는 2013년 9월 인천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2재판부(임태혁 부장판사)는 올해 2월 1심에서 (주)DCRE의 손을 들어줬다. 인천시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이번에 서울고법 행정5부에서 2심이 시작된 것이다.

기업 분할이 세금 감면 대상이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첫째 독립해 사업이 가능한 사업부문을 분할해야 하고, 둘째 자산과 채무를 모두 포괄적으로 승계해야 하며, 셋째 분할 시점을 기준으로 회계연도 종료 시점까지 승계 받은 고정자산의 절반 이상을 승계 받은 사업에 직접 사용해야 한다.

이번에 인천시는 조세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주요 쟁점 사항인 독립된 사업부문의 분할, 자산·부채의 포괄승계, 사업의 계속성 등의 위배 사항을 항소심 재판부에 보다 상세히 제출했다.

인천시는 1심과 달리 2심에서 '기업 분할 당시 자산·부채의 포괄승계 부분에 새로운 사실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 분할 당시 OCI(주)는 (주)DCRE의 땅을 담보로 약 9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았다. 1심에서 OCI(주)는 융자금 중 34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주)DCRE로 승계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1심에서 OCI(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3400억원을 승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 적격 분할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고, 처벌 조항 또한 없다'는 게 OCI(주) 변호인의 주장이었고, 재판부는 이를 인용했다.


분할 시 OCI가 대출한 9000억원 흐름이 쟁점

하지만 2심 1차 심리에서 인천시는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기업 분할 시점인 5월 8일을 기준으로 OCI(주)가 이날까지 3400억원만 넘기지 않은 게 아니라, 나머지 5592억원도 (주)DCRE로 넘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는 5592억원을 넘기지 않은 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OCI(주)가 5592억원을 넘기지 않았다는 증거를 인천시가 제출하라"고 했다. (주)DCRE 쪽 또한 "그 증거를 대라"고 했다.

인천시는 "(주)DCRE가 받았다는 금융기록을 제출하면 된다"고 (주)DCRE 쪽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인천시의 주장을 받아들여 (주)DCRE 쪽에 "9000억원을 승계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아울러 인천시는 2008년 기업 분할 당시 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2심에서 1심과 달리 현금 흐름이 쟁점으로 부각한 것이다. (주)OCI는 수백만 톤에 달하는 폐석회가 적치된 인천공장 부지를 '폐석회가 처리된 상태'를 조건으로 해 감정평가를 받고, 그렇게 높게 평가된 재산을 담보로 9000억원을 대출받았다.

OCI와 DCRE의 기업분할 시점은 2008년 5월 8일이다. OCI는 2008년 4월 22일 대출약정을 맺고, 26일 9000억원을 대출받았다. 회계 상 이 현금자산은 5월 1일까지 DCRE로 이전 됐어야 했다. 그러나 OCI는 8일까지도 승계하지 않았다는 게 인천시의 주장이다.

반면, DCRE 측은 "이자손실 부분이 있어 5월 1일까지 승계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모두 승계했다"며 "1심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됐다. 다 넘긴 것을 안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차 심리는 8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OCI(주)가 대출로 마련한 현금 9000억원이 분할계획서 대로 분할 시점에 승계됐는지 여부를 두고 (주)DCRE와 인천시 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인천지법의 '인천시 패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조세심판원은 유사한 청구 행정심판에서 지속적으로 과세가 적법하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또한 행정자치부 산하 조세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지방세연구원은 'OCI(주)의 기업 분할이 조세 감면 대상에 해당하는 적격 분할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연구보고서를 지난 2일 발간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OCI(주)의 인천사업장 물적 분할은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비(非)적격 분할에 해당한다. 폐석회 처리 채무가 명백히 승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장 부지를 담보로 차입한 9000억원의 상환 의무는 (주)DCRE에 모두 승계하면서 현금을 승계하지 않은 것은 자산·부채의 포괄승계 요건에 위배된다. 또 (주)DCRE가 OCI(주)에 전량 위탁해 생산하는 것과 도시개발 사업용 토지를 보유만 하고 있는 것은 승계한 고정자산 가액의 2분의 1 이상을 직접 사용해야한다는 조세 감면 요건에 모두 위배된다"고 발표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상급심으로 갈수록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해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OCI(주)의 물적 분할은 회사분할세제를 악용한 실질적 자산 양도에 해당하고, 세법상 비적격 분할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다. 공평과세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승소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참고로 OCI(주)는 기업 분할에 따른 법인세(국세) 약 3000억원을 전액 납부한 후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주)DCRE는 지방세 263억원만 납부하고 나머지 약 2000억원(현재까지 가산세 포함)은 납부하지 않은 채 인천시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OCI #DCRE #인천시 #기업분할 #한국지방세연구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