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 11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수정: 9일 오전 9시 47분]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보다 8.1%(450원) 오른 6030원으로 결정됐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몇 차례 파행 끝에 8일 12차 전원회의를 열어 이와 같이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위원 측은 애초 올해 최저 임금인 5580원으로 동결을 주장했다가, 논란이 되자 '30원 인상안'을 내놔 재차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최저임금은 1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이 적용대상이라 매우 중요하지만, 그동안 논의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결정하는 회의가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인씩 27인과 정부 관계자 등을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진행돼온 탓이다. 최임위 홈페이지에 회의록이 공개되지만 이 또한 보고·의결·논의 사항 등을 1~3쪽 정도로 짧게 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는 이 회의에 최초로 '청년 당사자 위원'이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2016년 최저 임금을 결정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대체 어떤 내용과 말들이 오갔을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회의를 지켜본 복수의 취재원들을 통해, 지난 4월 초부터 8일 오전까지 진행된 회의 속 문제점들을 들여다봤다.
사용자위원들, 최저임금 최초안 '동결' 논란 일자 "작년보다 30원 인상" 최저 임금은 노동자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양측이 제시한 안을 가지고 진행된다. 매해 그렇지만 올해도 차이는 컸다. 노동자위원들은 가구 생계비 등을 고려해 시급 1만 원을 제시했으나, 사용자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저 임금을 시간당 5580원으로 동결하자고 제시했다. 회의가 거듭되며 양측이 수정안을 냈지만 견해 차는 계속됐다.
노동자 위원 제시: 시급 1만 원(최초 안) -> 8400원(1차) -> 8200원(2차) -> 8100원(3차)사용자 위원 제시: 5580원 동결(최초 안) -> 5610원(1차) -> 5645원(2차) -> 5715원(3차) 특히 사용자위원 측에서 올해보다 '30원'이 오른 인상안(5610원)과 다시 '35원'을 올린 수정안(5645원)을 내놓자 온라인상에서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댓글로 "요즘도 5원짜리 동전을 쓰느냐", "이러면 한 달로 치면 약 5800원, 1년에 2000시간 일해도 연봉 7만 원이 인상되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올리지 말자는 사용자위원 측 '황당 근거', 직접 들어보니...
사용자위원 측은 왜 최저 임금 인상에 인색한 것일까. 회의 중 나온 발언들은 황당했다. "지금 최저임금을 올리면 통일 후에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국가 부도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60대 이상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정도가 알맞다"는 요지의 발언도 있었다. 다음은 회의 중 나온 내용이다.
- "한 미래학자가 5년 안에 통일이 된다고 한다. 최저임금 올려놓으면 통일됐을 때 그 비용이 국가의 큰 짐이 될 거다." (11차 회의, A사용자위원) - "조선일보 기사 보니 푸에르토리코와 그리스가 디폴트(국가부도)가 온 이유는 최저임금이 높아서다. 그런 전철을 밟지 말자." (11차, A사용자위원)- "방학에 편의점, PC방에서 한두 달 일하는 학생들은 생계 벌이가 목적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여행을 가고 싶어서 용돈 벌이로 일하는 것이다.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10차, B사용자위원)- "주유소 노동자들 중에 60대 이상도 많다. 개인적으로 다소 느리고 답답하지만, 그분들에게도 일자리는 필요하다. 그런데 적어도 최저임금은 줘야 하지 않나. 인건비에 알맞은 사람을 쓰는 것이다." (11차, C사용자위원) "자는지 뭐 하는지 몰라" 일부 노동자 헐뜯는 듯한 막말도한 사용자 위원은 일부 노동자들을 헐뜯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노동자위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D사용자위원은 지난달 23일 열린 6차 회의에서 "택시 기사들은 밖에 나가서 잠을 잤는지 어디 갔는지 모른다. 노동 시간 통제가 어려운데도 시급은 올라가서 (회사가) 진짜 어렵다, 당구 치러 가고 놀러가고"라고 말했다.
이에 노동자위원들이 "각자 입장은 있지만, 당구장에 가니 뭐니 노동자를 폄훼하는 식의 발언을 내뱉는 건 상당히 불편하다",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는 게 맞다"고 지적하자 D위원은 "나이도 어린 놈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업자 입장에서 힘들다는 취지였다"며 "그런 말('어린놈')은 했는지 기억이 없다"고 해명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보도 하루 뒤인 지난달 25일 성명을 내고 "택시회사 사장들은 매년 인상된 최저임금 지급을 기피하고 있다"며 "노동자 처우개선보다 사업주 이익을 위해 폄훼 발언을 일삼는 D사용자위원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400만 노동자에게 영향 미치는 최저임금... 회의는 '비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