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
유혜준
한여름에 걸을 때는 얼음물을 준비하면서 틈틈이 마셔주면 더위를 이길 수 있다. 가끔은 나무 그늘 아래를 찾아 쉬어주는 것도 좋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걷자, 한여름에는.
송강누리길은 고양힐링누리길 7코스로 공릉천을 따라 걷는 구간이 많은 길이다. 월산대군 사당과 송강 정철이 한때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던 길이기도 하다. 때문에 길옆에 송강정철 시비가 세워져 있으며, 송강의 연인이었던 강아의 무덤이 남아 있다.
옛사람의 흔적은 세월이 흐르면 역사가 된다. 월산대군 사당에서 연산군과 월산대군 부인 박씨를 떠올리고, 송강 마을에서는 송강 정철의 가사를 떠올리게 되는 건 그 때문이겠지.
공릉천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서 사과나무와 살구나무를 보았다. 이 길에 사과 과수원도 있다. 가을에는 빨갛게 입맛을 자극하는 빛깔로 익어가는 사과를 볼 수 있다. 그 사과, 맛나다. 아직은 푸른빛이 짱짱한 사과는 폭염 아래서 영글어가는 중이다.
7월인데 산딸기가 아직 남아 있다. 따서 입 안에 넣으니 시다. 너무 시어서 진저리가 쳐진다. 여름은 꽃 위에, 나뭇잎 위에, 영글어 가는 열매 위에서 머물면서 느긋하게 폭염을 즐기고 있다. 그 옆을 우리가 잰 걸음으로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