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걸리는 사람은 걸리고 안 걸리는 사람은 안 걸린다?
wiki commons
우리나라에는 흡연자가 참 많다. 매일 출퇴근길을 오가면서 간접흡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날은 하루도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호흡기 질환을 가진 노인들, 임산부들,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50%에 육박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그들끼리 스스로 위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썰'도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100살 넘게 산 할머니가 있는데 그 할머니가 골초라더라",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폐암 걸리는 사람은 걸리고 안 걸리는 사람은 안 걸린다" 등이 있다.
아마 담배를 즐겨 피우는 아저씨들, 사실 지금 시점에서 언제 올지 모를 단명의 결과나 폐암 따위는 별로 두렵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어봤고, 늘 주변의 스트레스와 심적 압박에 시달리며 사는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나도 흡연자였다. 지독하리만치 잔인한, 나이마저 어린 상사의 모멸적 언사를 듣고, 꾹꾹 억눌린 심정마저 조롱당한 채 화장실에 숨어 담배를 피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화장실에 붙어있던 금연 표지는 야속하면서도 우스웠다.
내가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은 종양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환자를 진료하면서부터였다. 앞서 언급한 '썰' 같은 것은 우스울 정도로, 실제 임상에서 경험한 담배와 암과의 연관성은 짙었다. 담배가 훑고 지나간 자리는, 폐부터 시작해서 구강, 인두, 식도, 위 등 모든 부위가 흡연과 밀접히 연관돼 암을 유발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따라서, 수명 연장을 이야기하며 금연을 권장하는 글은 그리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편안하게, 고통을 덜 받으며 죽음을 맞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긴 삶의 종장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통을 덜 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가흡연자의 절반은 담배로 인한 암이나 여타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 전체 암 사망자 중, 담배로 인한 암 사망자는 30%다.
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20~30배에 달한다. 물론 흡연을 하더라도 암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담배를 즐기면서, 장수와 건강이라는 행운을 얻기 위해서는 당첨 확률이 30배나 낮은 제비를 뽑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흡연의 발암기전은 동물실험·임상실험 등을 통해 범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다고 확실시된 발암물질은 열다섯 가지 이상 존재한다. 이러한 발암물질들은 DNA의 파괴, 종양 억제 유전자의 불활성화 등의 기전을 통해 암 유발을 높인다. 흡연이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으로는 폐 이외에도 구강, 인두, 비강, 성대, 식도, 간 위, 대장 췌장, 신장, 방광, 요도, 자궁경부, 난소, 백혈병 등이 있다. 담배와 암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은 진부할 수 있으므로,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자.
당신의 흡연, 누군가에게는 '해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