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스틸컷. 당시 PC통신은 접속시, 파란 바탕의 배경이 뜨고 게시판이나 자료실 등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였다. 지금은 유무선 랜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망 이용이 가능하지만, 이 때는 속도가 매우 느린 모뎀에 전화선을 연결해 접속했다. 따라서 주로 이미지를 제공하는 인터넷 브라우저는 이용하기에 상당히 답답하다는 제한이 있었고, 텍스트를 주로 제공해 송수신 자료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PC통신이 강세였다.
하지율
이 교수에 따르면, 산업적 단계의 이용자들은 '정보지향/오락지향', '고참여/저참여'를 기준으로 크게 네 유형으로 나뉜다. 후자를 나누는 건, 월 1~2회라도 통신망에서 유통될 '상품(게시물)' 생산 여부다. 또한 네 유형은 각자가 가진 밑천 즉 학력, 통신 경력, 글쓰기 능력, 경제적 지위, 이용시간 등. 소유한 문화자본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또 PC통신에 대한 의미부여도 다르다.
'정보지향 고참여형'은 '논객'의 초기 모습이다. 소위 명문대 출신이 많고, 대학교지나 운동권 출신도 꽤 있었다. 자주 전문적 글쓰기를 했으며, 비교적 긴 통신경력을 지니는 편이다. 또 PC통신을 주로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정보 공동체나, 의사소통 공론장으로 의미부여하는 경향이 강했다. 주로 동호회 활동이 왕성하고, 한결같이 불편해하는 건 인터넷이 '느리다는 것' 뿐.
'정보지향 저참여형'은 '눈팅족'의 초기 모습이다. 정보불평등 사회를 우려하는 예민한 감각을 보였다. 그러나 사회 변화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피곤하지만', 꿀벌처럼 정보를 열심히 수집하는 경향을 보였다. 소위 비명문 대학 출신이 많고, 비교적 통신경력과 이용시간이 짧은 편이다. 특이하게도 통신을 텔레비전처럼 일방향적 매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오락지향 고참여형'은 월 평균 400 이상 '고소득'이 많다는 게 특징이고, 학력은 고르고 통신경력도 중간 정도다. 이들의 코드는 '정보화사회가 별 거 있냐'는 식이다. 통신은 그저 흥미위주로 즐기는 매체이며, 자본주의 발전에 필요한 방향이라고 간단히 규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동호회, 채팅, 성인자료 공유 등 활동폭이 넓고, 주로 시간을 때우려고 이용하면서 가끔 '의미없는 글('뻘글'의 초기형태로 보임)'도 쓴다는 고백도 눈길을 끌었다.
'오락지향 저참여형'은 '채팅족'들이 많다. 논객이나 눈팅족이 채팅을 부정적으로 보고, 심지어 '감정 배설'이나 '인생 낭비'로 깎아내린다면. 이들은 '통신'하면 주로 채팅을 많이 떠올리는 코드를 지녔다. 또 통신을 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오락적 기호에 따른 선택이 폭이 넓은, 특별한 대중문화로 보는 건 고참여형과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게시판 글쓰기를 거의 안 하고, 채팅에 더 열광한다는 점.
이들도 '정보화사회' 담론을 피곤해하고, 불평등한 사회로 의미규정해 이 점에선 눈팅족과 비슷했다. 차이는 통신경력은 길지만, 주로 지방대나 전문대 출신으로 비교적 낮은 문화자본을 지녔고 정보가 그리 필요한 입장이 아니라는 점.
초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되면서, 설국열차는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