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가 1층 로비를 대걸레로 닦고 있다. 그 저만치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중이다.
김동수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벌써 사수는 5층 로비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잡지를 줍고 있다. 사수는 2013년 4월에 입사했다. 정말 우연한 계기로 청소를 시작한 것이다. 중앙도서관이 사수의 첫 근무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남들 의식하면 한없이 부끄러워져요. 사람들은 어쨌든 이 일을 하찮게 보니까요. 그런데 이게 나쁜 짓해서 돈 버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있을까요?"덜덜 떨리는 손으로 노조에 가입한 이유그런 사수가 갑자기 10월쯤 돼서 노조에 가입을 한다. 입사 6개월 만이다. 그때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에게 노조는 생소한 것이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던 사수에게 역시 노조 가입은 막연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제가 4월에 입사했을 때 저랑 같이 들어온 언니가 있어요. 도서관에서 같이 일했는데, 5개월쯤 돼서 누리관(로봇학부·경영학부 건물)으로 갔어요. 참 많이 의지했는데. 근데 10월쯤이었나? 그 언니가 일 끝나고 누리관으로 잠깐 오라 하더라고요. 뭔가 했죠. 갔는데, 대뜸 노조를 만든다는 거예요. 인덕대에 노조가 만들어졌는데, 거기 청소노동자들 처우가 좋아졌다고. 우리도 노조 만들면 임금도 인상되고, 복지도 나아지고, 인간적 대우도 좋아질 거라고 말해줬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모르게 덜컥 가입하고 말았어요. 임금 오른다는 말에 혹한 거죠.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던 시절이었죠. 그러고 보니, 제가 노조의 초창기 멤버예요. 노조만 만들어지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너무 순진했던 것 같아요. 사실은 노조 출범식 이후부터가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노조를 만들려고 시작할 때부터 이런저런 고난이 벌어졌죠. 그 당시 소장이 대충 눈치를 챘는지, 노조를 못 만들게 막 방해하는 거예요. 청소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했나, 시간 날 때마다 점검하고. 조합원한테만 일 더 시키고, 잔소리도 더 많이 하고..."그런 사수에게 소장이 찾아와서 "노조를 만들면 뭐가 좋냐"고 물었단다. 그 당시 사수는 노조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무작정 "노동자한테 좋은 거 아니냐"고 따지듯 대답했단다. 그런데 그게 맞는 말이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버팀목이지 않은가. 처음 가입할 때부터 노조가 만들어질 때까지 사수가 겪었던 몇 달은 거의 첩보 영화 속 주인공과 다름없었다. 그때 그 소장은 회사에서 해고됐다.
"우리가 2013년 11월 1일에 노조 출범식을 했어요. 그때 다른 분회 조합원들이 우리에게 연대를 왔죠. 우리 분회가 출범식 할 때 한 30명 정도 됐는데, 그 언니들이 걱정 말라고 했어요. 이제 인간 대접 받을 거라고. 정말 그때 큰 힘이 됐어요."현재 사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광운대분회 사무장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무장은 아니었다. 그냥 노조 내에서 나이가 어린 열혈 조합원이었다. 노조 활동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게 전부다. 초창기 분회장이었던 그 동기 언니가 개인적 사유로 분회장 자리를 내놓으면서 당시 사무장이 분회장으로 당선됐다. 그 때문에 공석이던 사무장 자리는 어느새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던 사수로 추천됐다.
내가 근처에서 바라본 사무장의 역할은 노조의 살림꾼이었다. 운영비 등 예산을 관리하고, 노조 내의 사무 전반을 관장한다. 요즘은 회계 감사 준비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수는 노조 전임자가 아니다. 노조 임원은 곧 전임자란 등호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 제2항을 보면, 전임자는 전임기간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지 못한다. 물론 전임자의 임금 손실이 없는 근로 시간 면제 제도가 있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광운대분회 임원은 유일하게 분회장뿐이다. 그래서일까. 사수는 자신의 직무인 청소는 물론이고, 노조 임원의 역할까지 동시에 맡는 중이다.
"아직도 어딘가 나가서 발표하면 얼굴이 새빨개져요. 임원인데, 총회 때 조합원들 앞에서 발표하면 가슴이 콩닥콩닥해요. 학창시절 때도 발표시킬까 봐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요. 요즘은 그래도 사무장이 돼서 그런지 많이 나아졌어요."사수는 참 소녀 같다. 감수성도 풍부하고, 부끄러움도 많다. 그렇게 앞장설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수는 지난 몇 년간 투사의 모습을 보였다. 다른 조합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대학 청소노동자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중 간접 고용으로 야기되는 '가짜 사장, 진짜 사장' 문제는 이 사회 전반에 팽배하다. 광운대 청소노동자들도 여전히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청소노동자 시급 1만 원은 언제쯤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