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서원으로 가는 길. 돌담 기와에 능소화가 요염하게 피어 있다.
이돈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측은지심),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수오지심), 겸손하게 양보하는 마음(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시비지심)이다. 칠정은 사람이 지니고 있는 일곱 가지 감정을 가리킨다.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慾) 즉 기쁨과 화남,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심 등이다.
사단과 칠정을 주제로 한 고봉과 퇴계 논쟁의 쟁점은 주기론과 주리론이었다. 당시 성리학은 우주의 근원과 질서, 그리고 인간의 심성을 '이(理)'와 '기(氣)' 두 가지로 생각하고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고봉은 사단칠정이 모두 정이라는 주기설을 주장하며 퇴계의 주리론과 맞섰다.
퇴계의 주리론은 경험이나 현실보다는 도덕적 원리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중요시한 이론이었다. 영남학파를 형성했다. 상대적으로 주기론은 현실 세계를 중요시하면서도 도덕세계를 존중하는 철학 체계를 수립했다. 율곡 이이를 중심으로 기호학파를 형성했다. 고봉도 주기론을 강하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