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찰 관계자를 상대로 본에 사는 파독 간호사 출신 김현진씨가 홍보부스 설치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뒤로는 제39회 유네스코 산업유산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독일 본 국제컨퍼런스센터의 모습.
이국언
CAIRA문화재환수연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오전 10시부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독일 본 세계콘퍼런스센터 회의장 앞에서 본격적인 캠페인 활동에 돌입했다. 현지 활동단은 세계콘퍼런스센터 맞은편 50m 거리에 홍보 캠프를 설치하고, 방문 활동단 첫 일정을 시작했다.
시작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파독 본 간호사협회 이름으로 관할 경찰 당국에 미리 집회 신고를 해 허가를 얻었지만, 총회장 경비를 맡은 경찰은 기대와 달리 처음부터 엄격한 기준을 요구해왔다. 스피커 사용과 현수막 게시를 불허하는 것은 물론, 회의장 안팎을 오가는 각국 위원에게 홍보 전단을 배포하는 것까지 금지했다.
또 다른 어려움은 때 이른 가마솥 폭염이었다. 지난 2일 낮 기온은 무려 36℃를 육박했고, 공교롭게도 홍보 부스가 차려진 회의장 앞 광장은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없었다. 독일 교민조차 "이맘때 이런 날씨는 없었는데, 어제부터 더위가 몰려왔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현장을 찾은 교민들은 재독 한일총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재독 본 한인회 회장 등 임원까지 50여 명. 이들은 현지 사정에 낯선 방문단을 대신해 수고로움을 보탰다.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 등이 중심을 이룬 한인 교민들은 다시 경찰을 설득해,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락을 얻는가 하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야외용 천막 2동을 손수 현장에 설치했다. 이어 직접 어깨띠를 메고,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하면서 현장 활동에 직접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