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 74쪽.
한국콘텐츠진흥원
살짝 발만 담갔다 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부실한 비중이지만, 중요한 보고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웹툰 작가 개개인들의 상황이다. 이는 그간 풍문으로만 알려졌는데 반해, 대략적으로라도 공식적 윤곽이 잡힌 셈이다. 플랫폼 별 작가 수익은 다르지만, 평균은 위 표와 같다. '브랜드 웹툰', '유료화 수익', '판권료' 등 부가 수익을 제외한, 주 수익은 매월 지급되는 '원고료'다. 플랫폼들은 작가를 '신인', '중급', 'SA급'으로 나누어 보상을 차등화한다. 여기엔 작가의 인지도, 조회수, 별점 등의 요소들을 고려한 자체 평가 시스템이 적용된다.
눈여겨 볼 부분은 전체 작가 30% 정도를 차지하는 신인들의 120~200만 원 수준의 고료다. 문체부가 보고서 내용을 입맛대로 요약해, 배포한 3쪽 짜리 보도자료의 "유명작가 회당 500~600만원 원고료 받기도"라는 대서특필 너머의 실상이 대단하진 않은 셈이다. 또한, 웹툰 작가의 수익원의 다양성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신인 작가들에겐 먼 이야기다. 무엇보다 작품 하나가 탄생하는 건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객관적 조건만 따져봐도 그렇다. 고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준비하고, 사전에 다양한 문헌들을 참고하고 조사에 나서는 등 '밑천'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주1회 연재 조차도 마감기한을 맞추려 많은 체력 소모가 따르는데,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조 작가(어시스턴트나 문하생) 고용 비용을 신인 작가는 충당이 어렵다. 금액적으로도 신인들은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므로, 그 보상이 절대 많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어느 정도 경력을 인정받고 등급이 재평가 될 때마다 수익은 증대되겠지만, 현재 그 노동의 질이 적절히 평가받고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하지만 보고서는 그저 120~200만 원을 받으며, 거기엔 자체 평가 시스템이 적용됐다는 이야기 정도에 그친다. 물론, 보고서가 웹툰의 질적 차원이나 신인 작가들의 현실에 대해 아무 언급도 안 하는 건 아니다.
가령 준비가 미흡한 신생 플랫폼들이 과열경쟁으로, 콘텐츠의 질적 저하와 갑작스런 운영 중단으로 신인 작가들이 연재할 플랫폼을 잃게 될 우려를 전한다. 이를 위해 신인 작가들을 관리할 수 있는 '중장기적 작가관리 시스템'과 '자율 심의 제도'를 도입 및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구체적 내용은 불분명해, 오히려 두 가지 우려가 생긴다.
첫째로, 그럼 거대 플랫폼들의 과열경쟁은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인지 해명이 없다. 신자유주의의 '선택과 집중' 논리로 대기업 규모의 플랫폼들은 풀어주고, 신생 플랫폼들은 자율 심의제로 규제 아닌 규제를 강화하자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둘째로, 작가들을 관리한다는 발상이 자칫 정권의 입맛에 맞는 어용 작가 양성으로 보일 수도 있다.
웹툰? 노동과 정치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