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공정에서는 가공된 철판을 활용하여 차량의 뼈대를 완성합니다. 대체로 이 과정들은 로봇이나 거대한 기계를 활용하여 작업한다.
현대차
김 과장과 함께 서 있던 프레스 공정 주변에는 거대한 쇳덩어리 수십여 개가 눈에 띄었다. 김 과장은 "저기 보이는 쇳덩어리에 철판을 넣어서, 일정 모양의 차체를 찍어내는 역할을 한다"면서 "쏘나타, 그랜저 등에 들어가는 차체를 찍어내는 금형인데, 한 세트당 20~3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좀더 쉽게 말하면, 붕어빵을 만들 때 반죽을 붓는 금형을 생각하면 된다.
김 과장은 "정말로 내수용과 수출용 강판을 다르게 하려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형 자체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와 같은 금형 자체를 만드는 것이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실제로 강판 두께를 다르게 차량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박병문 부장은 "설령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되는 쏘나타의 강판을 다르게 간다고 하면, 프레스와 차체공정 라인부터 아예 다른 설비를 깔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 역시 기자를 향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시중에 현대기아차의 수출용과 내수용이 다른 강판을 쓴다는 오해는 말그대로 오해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기자는 그와 함께 차체 조립라인을 가까이 들어가 봤다. 앞선 프레스와 차체공정 대부분은 거대한 로봇들이 조립을 진행하고 있었다. 재고 창고에 쌓여있었던 수많은 철판들은 마치 제자리를 찾아서, 자신의 옷을 맞춰 입듯이 자동차의 뼈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내수용과 수출용을 구분짓는 표시문구 하나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애초에 그런 작업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기자의 눈에 '내수용'이라는 표시가 들어왔다. 자동차 뒷부분 번호판에 해당하는 철판이었다. 언뜻 보기엔 비슷한 모양의 철판이었지만, 하얀색 종이 위에 '내수용'을 비롯해 '북미', '호주', 캐나다', '중동', '브라질' 등의 표시가 돼 있었다. 나라별로 번호 판을 부착하는 크기와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아산공장에서 유일하게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의 표시가 구분되는 철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조용히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