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지진 그 이후... 청년과 아이들을 만나다

[네팔 지진 현장을 찾아서 ⑦] 어린이 시설과 유치원

등록 2015.06.29 17:09수정 2015.06.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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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화가와의 만남 의료봉사팀에게 의약품을 전달하고 네파의 청년화가 두 사라을 만났다.
청년 화가와의 만남의료봉사팀에게 의약품을 전달하고 네파의 청년화가 두 사라을 만났다.김형효

지치고 힘든 여정이었다. 지난 8일 네팔에 입국해 15일까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카트만두 지진 피해 지역을 거의 대부분 둘러보았고, 그 중 극심한 피해 지역인 샤쿠에 이재민을 위해 생닭을 배급해줬다. 그 지역은 이틀 동안 방문했다. 더불어 랑탕 지역 피해자들이 있는 황금 사원을 찾았고, 다딩에 있는 지인의 집을 찾아 위로했다. 카트만두에서 왕복 12시간 거리인 신둘리를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 13일 우리 일행은 푹 쉬기로 마음을 모았다.

그날 우리는 늦잠을 자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은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오전 7시가 조금 지나 잠에서 깬 나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모닝 커피를 마시고 아침 산책을 한 뒤 집에 들어오니 일행 중 한 사람이 잠에서 깨어났다. 커피를 마시며 다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여행이 아닌 외국에서 보내는 일과는 매우 조급하고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평소 알고 지낸 젊은 화가들을 만나고 저녁에는 아내의 집안인 구릉족 기자협회분들의 식사 초대가 있다고 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이종 사촌인 처남 라젠드라 구릉이 찾아왔다. 그는 그의 어머니 고향의 지진 피해 지역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 길엔 의료 봉사단이 함께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의약품 중 영문으로 된 비교적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을 골라 전달하기로 했다. 일행이 가져온 의약품과 전남대학교 이준행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의약품 중 적절한 약품을 라젠드라 구릉과 함께 박스에 담았다. 

지친 몸에는 모국의 음식이 제일이다. 아마 해외 여행을 해보신 많은 분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나는 무, 양배추 그리고 황태포를 재료 삼아 국을 끓였다. 곧 간단한 아침 식사를 했다. 역시 일행 두 분께서는 모처럼 몸이 즐겁다고 하셨다. 68세 되신 두 분은 황급한 일정에 내 지친 몸보다 더 무겁고 피곤하시리라.

지진으로 건물 무너져 압사 당하기도...

어린이 시설을 찾다. 사진 위는 몸이 불편한 어린이 시설을 찾아서 비스킷과 책을 전달하는 모습이다. 사진 아래 왼쪽은 화가 비케이의 생후 5개월된 딸과 부인, 사진 오른쪽은 구릉족 아나운서 어니따 구릉의 아들이 개그를 하고 있다.
어린이 시설을 찾다.사진 위는 몸이 불편한 어린이 시설을 찾아서 비스킷과 책을 전달하는 모습이다. 사진 아래 왼쪽은 화가 비케이의 생후 5개월된 딸과 부인, 사진 오른쪽은 구릉족 아나운서 어니따 구릉의 아들이 개그를 하고 있다.김형효

내게 오래 전부터 소중한 두 청년 화가에게 갔다. 한 사람은 람 바하두르 타다(Ram Bahadur Thada, 30)이고 다른 한 사람은 비케이 날바하두르(B.K Narbahadur, 33세)다. 둘은 부처님 탄신지인 룸비니 가는 길인 붓돌이라는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마을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오마이뉴스>에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다. 그들에 대한 소개는 짧게 마치고자 한다.

나는 한국에서 여행을 오시거나 인연을 따라 오시는 분이 있으면 꼭 이 두 화가를 소개한다. 훌륭한 화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 둘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듯하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 전시회를 몇 차례 열기도 했다.


화가 비케이 날 바하두르의 갤러리와 람 바하두르 타다의 자취방에서 네팔 화단을 이끌 두 청년과 만나고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진심을 믿는 사람의 성실한 자세는 언제라도 빛을 보리라 확신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들에게 계속 관심을 가질 생각이다.

점심 시간이 지나 다시 양로원을 하고 있는 아내의 이종 사촌 처제를 통해 소개받은 어린이 시설을 찾았다. 그곳은 네팔 각 지역에서 온 20여 명의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있었다. 이번 지진 이후에는 두 세명이 더 합류했다고 한다. 우리가 그들을 찾아간 시간은 오후 5시가 조금 지나서다. 그들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 공부를 하기도 하고 어울려 놀고 있기도 했다. 우리는 준비해간 비스킷과 책 몇 권을 선물했다.


작별의 시간 네팔 구릉족 기자협회에서 초청한 환영만찬에서 짧은 기간 활동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받고 환영과 축원을 받는 모습이다.
작별의 시간네팔 구릉족 기자협회에서 초청한 환영만찬에서 짧은 기간 활동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받고 환영과 축원을 받는 모습이다. 김형효

우리는 저녁 식사 약속 장소로 이동하던 중 지진으로 한 건물에서 다수의 사람이 압사 당했다는 건물을 찾았다. 지진 당시 그 건물에는 예배를 보고 있던 교인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다수가 사망했다고 한다.

식사 약속이 있던 자울라켈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네팔 주재 한국인 목사님 한 분을 만났다. 내가 안내하던 두 분은 모두 한국에서 오신 목사님이다. 그래서 네팔에서 선교하시며 지내는 한 분의 목사님을 소개하게 된 것이다.

바쁜 시간이 흐르고 곧 식사 약속 시간이 되어 곧 자리를 떠야 했다. 짧은 만남을 갖고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잠시 후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곧 비가 내렸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네팔의 다수 종족 중 요리를 잘한다고 알려진 타깔리족 전통 레스토랑에서 만남의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지진 피해자를 돕고자 한국에서 방문한 일행에게 감사하고 환영한다는 네팔 구릉족 기자협회 분들의 환영과 축원을 빌어주는 카다 의식이 진행됐다. 곧 밤이 어두워지는 속도 만큼 우정이 깊어지는 이야기를 나눴다. 가끔 술잔을 기울이고 대화 중 농담도 나누며 격의 없는 시간을 이어갔다.

전 주한네팔대사 꺼멀쁘라싸다 고이랄라 선생 예방 일행이 귀국전 전 주한네팔대사 꺼멀쁘라싸다 고이랄라 선생을 예방하였다. 우리 부부는 한국으로 떠나기전 작별인사를 한 후 2년 9개월만에 재회다. 사진 아래는 꺼멀 쁘라싸다 고이랄라 선생의 부친이 미국대사시절 만난 존에프 케네디와 찍은 사진
전 주한네팔대사 꺼멀쁘라싸다 고이랄라 선생 예방일행이 귀국전 전 주한네팔대사 꺼멀쁘라싸다 고이랄라 선생을 예방하였다. 우리 부부는 한국으로 떠나기전 작별인사를 한 후 2년 9개월만에 재회다. 사진 아래는 꺼멀 쁘라싸다 고이랄라 선생의 부친이 미국대사시절 만난 존에프 케네디와 찍은 사진 김형효

일행과 보낸 시간이 매우 의미 있게 흐르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한 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비스킷을 선물하고 네팔 유치원의 실태를 이해했다. 또 다음날은 전 주한네팔대사를 지낸 꺼멀 쁘라싸다 고이랄라 선생을 만났다. 그의 응접실에는 전 미 대사를 지낸 아버지가 케네디 미 전 대통령과 만났던 사진이 진열돼 있기도 했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던 사진도 걸려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 자리에서 그의 딸 리차 고이랄라로부터 자신의 딸이 다니고 있는 유치원의 일일 교사가 되어 한국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청을 받았다. 우리 부부는 그 자리에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찰나처럼 바쁜 8일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15일 우리 일행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우리 부부는 우리가 할 일을 시작할 시간을 얻었다. 
#네팔의 두 청년 화가와의 만남남 #장애인 시설 방문 #유치원 방문 #전 주한네팔대사 예방 #꺼멀 쁘라싸다 고이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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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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