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피자' 개발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동화 (13)

등록 2015.06.29 15:10수정 2015.06.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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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첫 날.


골목길은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어. 혹시나 지각할까봐 어젯밤부터 노심초사했어. 새벽에 몇 번이나 잠을 설쳤어. 자리에서 일어나 날이 밝았는지를 몇 번이나 확인했어. 그리고 마침내 집을 나섰어. 첫 출근이야.

'나도 이제 일이 생겼어. 나도 이제 직장이 생겼어. 나도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야.'

골목길은 행복했어. 마음 깊숙한 데서 자꾸만 행복이 솟아나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

'남들은 내 마음을 모를 거야. 왜냐하면 그들은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모르니까.'

저 멀리 아빠 노루네 집이 보였어. 아빠 노루네의 노란색 지붕을 보며 골목길은 다짐했어.


'꼭 신제품을 개발해 어려움에 빠진 따뜻한 가게를 구해야지. 그리고 또 다른 따뜻한 가게를 계속해서 만들어 낼 거야. 그래서 완전경쟁시장을 이룩할 거야. 그러면 세상이 온통 개나리의 노란색으로 물들겠지. 따뜻한 자본주의가 이루어질 테니까 말야.'

골목길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근로계약서에 서명했어. 골목길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했어. 쉽게 말하면, 언제까지만 일한다는 기간의 제한이 없다는 거야. 골목길은 정규직이거든.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이고, 점심시간은 1시간이야.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아. 그래서 골목길은 오전 9시까지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해. 퇴근시간 지나서까지 일을 할 경우에는 정해진 급여 외에 초과근무수당을 따로 받아.

급여는 마을에서 정한 최저임금보다 높은 금액으로 결정했어. 최저임금이란 골목쇠 같은 근로자가 받는 가장 적은 급여야. 그래서 어떤 근로자도 최저임금보다는 높은 급여를 받아.

그리고 근로계약서에 특별히 정하지 않은 사항은 마을에서 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르기로 했어. 근로기준법이란 근로자의 근로기준을 정해놓은 법이야. 골목쇠 같은 근로자는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아빠 사슴은 골목길을 반갑게 맞아주었어. 그리고 첫 출근한 골목길을 앞에 두고 따뜻한 가게의 경영이념과 사훈을 설명했어.

따뜻한 가게의 경영이념은 '따뜻한 자본주의 실천으로 마을 가족들을 행복하게 한다'야. 마을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따뜻한 가게의 존재이유야. 따뜻한 자본주의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지.

사훈은 '긍정적인 생각, 감사하는 마음, 강한 의지' 세 가지야. 첫 번째 '긍정적인 생각'은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불가능한 이유가 99개라도, 1개의 가능한 이유를 믿고 나아가는 것이지.

두 번째 '감사하는 마음'은 현재 가진 것에,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자세야. 부족함과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태도지. 세 번째 '강한 의지'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자세를 말해. 한 번 출발한 길은 되돌아가지 않는 것이지. 끝까지 가는 거야.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갈 무렵, 아빠 여우와 아빠 노루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어. 아빠 여우와 아빠 노루는 골목길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어.

"입사를 축하해."

아빠 여우와 아빠 노루가 골목길을 껴안아줬어.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골목길의 눈시울이 붉어졌어.

"너에게 줄 선물을 가져왔어."

아빠 여우가 웃으며 말했어.

"뭔데요?"

골목길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어.

"응, '생각 바꾸기 반지'야."

아빠 여우는 작은 종이상자 안에서 오래된 반지 하나를 꺼냈어.

"네? '생각 바꾸기 반지'요? 그게 뭔데요?"

골목길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어.

"말 그대로야. 지금까지 늘 해왔던 생각을 전혀 새로운 생각으로 바꿔주는 반지야. 좀 어렵게 말하면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반지라고 할 수 있지."

아빠 여우는 반지를 꺼내 상처 난 곳이 없는지 세밀하게 살핀 후 다시 말을 이었어.

"현재 따뜻한 가게는 고목마트라는 힘에 버거운 상대와 맞서 싸우고 있어. 그런데 나보다 더 강한 상대와 싸워 이기려면 상대방과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는 안 돼.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해서는 이길 수 없단 말야."

"그러니까 나보다 강한 상대를 이기려면 상대방과는 전혀 다른 방법,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방법을 써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런데 그 새로운 방법을 어떻게 찾아내죠?"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면 다르게 생각해야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단 말야. 다시 말해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우리 여우 가문이 숲속 마을 가족들 중 가장 지혜로운 가족으로 인정받는 것도 바로 발상의 전환 덕분이야."

골목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 여우의 말을 경청했어. 아빠 여우는 반지를 들어 보이며 반지의 내력에 대해 설명했어.

"이 반지는 우리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반지야.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나도 몰라. 아주 옛날, 우리 조상인 할아버지 여우를 예뻐하신 산신령님께서 상으로 주셨다는 전설만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아빠 여우는 생각 바꾸기 반지를 골목길에게 내밀며 말을 이었어.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면 이 반지를 세 번 문지른 후, '생각 바꾸기 반지야,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줘!'라고 말하면 돼."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골목길은 머리를 숙이며 감사했어.

"나도 너에게 줄 선물이 있다."

이번에는 아빠 노루가 말했어.

"무슨 선물인데요?"

골목길이 아빠 노루를 쳐다보며 물었어.

"응, '자신감 가득 반지'야."
"그게 뭔데요?"
"우리에게 필요한 자신감을 가져다주는 반지야.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자신감이야. 자신감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자신의 생각, 자신의 판단, 자신의 결정을 믿어야 해."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아. 마음먹기 나름이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 항상 자신감을 가져.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란 말야."

아빠 노루는 골목길에게 확신을 주려고 애를 썼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야. 아무리 근사한 생각이 떠올라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어. 새로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주저하지 마. 운명은 네 편이야. 이 반지가 너에게 필요한 자신감을 줄 거야."
"네, 반지를 믿어볼게요. 운명을 믿어볼게요."
"절대로 자신감을 잃지 마. 자신감을 잃는 건 모든 것을 잃는 거야. 자신감이 필요할 땐 이 반지를 세 번 문지른 후, '자신감 가득 반지야, 나에게 자신감을 가득 줘!'라고 말해."

'자신감 가득 반지'역시 노루 가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보물이라고 했어. 자신감 가득 반지는 생각 바꾸기 반지와 비슷한 때에 만들어졌을 거라고 추측된대. 아주 옛날, 아빠 노루의 조상인 할아버지 노루가 산신령님한테서 상으로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대.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이번에도 골목길은 고개 숙여 감사했어.

신입사원 교육이 끝난 후, 골목길은 곧바로 시장 조사에 나섰어. 따뜻한 가게의 꿀과 피자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야. 고객이 좋아하는 점과 싫어하는 점, 높이 평가하는 점과 불만인 점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지. 골목길은 이런 것들을 알아본 후 신제품을 개발할 때 참고할 생각이야.

골목길은 먼저 봉숭아 학당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만나봤어. 어린이들은 따뜻한 가게에서 파는 꿀과 피자에 대해 대체로 만족했어. 아주 맛있대. 다만 도시락을 싸올 때 꿀과 피자를 각각 다른 그릇에 담아야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했어. 봉숭아 학당은 아직 학교급식을 안 하거든.

"응, 그렇구나."

골목길은 고개를 끄덕였어.

이번에는 아랫마을의 아빠 엄마들을 만나봤어. 아랫마을 아빠 엄마들도 따뜻한 가게의 꿀과 피자가 맛있다고 하셨어. 그런데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고 하셨어. 들에 일하러 가시면서 점심을 싸 가는데, 꿀과 피자를 다른 그릇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하셨어.

"네, 그렇군요."

골목길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어.

가게로 돌아온 골목길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할 방법이 뭘까 생각했어.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어. 그래서 아빠 여우가 주고 간 '생각 바꾸기 반지'를 이용해보기로 했어. 골목길은 반지를 세 번 문지른 후 주문을 외웠어.

"생각 바꾸기 반지야,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줘!"

주문을 마치자 마음속에 한 가지 의문이 생겼어.

'왜 꼭 꿀과 피자를 따로 먹어야해? 같이 먹어도 되잖아?'

골목길은 예전 사고방식의 틀을 깨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어. 즉, 발상의 전환을 한 거야. 그리고 이 발상의 전환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어. 골목길의 마음속에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피자에 꿀을 넣어서 한꺼번에 먹어도 되잖아. 그러면 아이들이 도시락을 싸갈 때 가방에 그릇을 하나만 넣어도 되잖아. 그렇게 되면 가방에 공책이랑 준비물을 더 많이 넣을 수 있잖아. 그리고 들에 일하러 가시는 아랫마을 아빠 엄마들도 그릇을 적게 가져가도 되잖아.'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었어. 과연 피자에 꿀을 넣은 '꿀 피자'가 잘 팔릴지 확신이 서지 않는 거야. 한 번 도전해보고 싶기는 한데 자신이 없는 거야. 골목길은 이럴까저럴까 한참을 망설였어.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서 '자신감 가득 반지'를 이용하기로 했어.

"자신감 가득 반지야, 나에게 자신감을 가득 줘!"

반지를 세 번 문지른 후 주문을 외우자 골목길의 마음에 확신이 가득 들어찼어.

"그래, 해보는 거야. 운명을 믿어보는 거야."

골목길은 두 눈을 부릅뜨며 주먹을 불끈 쥐었어.

이렇게 해서 '꿀 피자'라는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지게 됐어.
#근로시간 #초과근무수당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꿀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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