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교장충단공원에 있는 수표교
곽동운
'비슷한 것은 가짜다'
고전 연구자로 유명한 한양대 정민 교수의 책 제목이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2000)는 연암 박지원의 실학사상과 산문을 소개하고, 풀어쓴 책이다.
서평을 쓰자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수표교(水標橋)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럼 왜 여행기사의 첫 문장에 책 제목을 끌어다 쓴 것인가? 수표교에 비슷하게 생긴 '가짜'가 있는가?
조선 개국과 함께 정비된 청계천지금은 장충단 공원 한 쪽에 위치해 있지만 수표교는 원래 청계천에 있던 다리였다. 청계천이 복개가 된 후 홍제동에 머물렀다 1965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50년 동안 현재의 자리에 터를 잡은 것이다.
조선 왕조가 한양으로 천도를 했을 때, 조정에서는 매년마다 반복되는 물난리로 골머리를 앓게 된다. 당시 한양의 하수시설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이에 조정에서는 백악산(북악산), 인왕산, 남산 등등... 도성을 감싸고 있는 내사산의 물길을 한 곳으로 모아 흐르게 하기로 했다. 그 사업이 바로 개천(開川) 개설 사업이었다. 개천은 청계천의 옛 이름이다.
태종 11년(1411)부터 세종 16년(1434)까지 대대적으로 벌어진 치수 사업으로 인해 청계천은 흔하디흔한 자연형 하천에서 명실 공히 도성의 으뜸하천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때 물길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게 됐는데 한양이 서고동저형 지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