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많다고 좋은 알바? 성희롱 위험지대 '술집'

[대학생 3D알바 vs. 꿀알바②] 술집 아르바이트

등록 2015.06.25 18:08수정 2015.06.2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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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 기자단은 방학을 앞두고 대학생 '3D알바' 혹은 '꿀알바'로 불리는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취재했다.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을 심층 인터뷰 해 학원, 술집, 보조출연 아르바이트의 허와 실에 대해서 알아봤다. – 기자 말

"술집 아르바이트라고 해봤자 그냥 술 주는 정도면 되는 건 줄 알았어요. 3~4개월 했나요? 손님들이 취하시면 울면서 저를 안으려고 하시거나 토를 하시면 제가 그걸 손으로 다 쓸어 담아서 치워야 하는 상황도 있었어요. 매출을 올리려고 '맥주 한 잔 더 드릴까요? 아니면 양주 한 잔 더 드릴까요?' 이런 말도 계속 건네야 했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거 그만뒀죠." - A씨

시급이 많다고 좋은 알바인가요?

'술집 아르바이트'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호프 같은 곳에서 서빙 업무를 보는 아르바이트, 다른 하나는 칵테일 바 같은 바(bar)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호프 등 술집에서 서빙을 보는 일은 6500원에서 7000원 정도의 시급을 받을 수 있다. 바의 경우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 사이를 받는 게 평균이다. 많이 주는 곳은 시급 2만 원이 넘기도 한다.

술집 아르바이트는 주로 오후 7~8시 이후부터 시작된다. 오전 2~3시 이후에 일이 끝나기 때문에, 술집 알바는 대학생을 비롯한 수많은 청년들과 투잡족이 일을 많이 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손님이 주는 팁은 일하는 사람의 몫이 되기 때문에 시급 외에 별도의 수입이 생기기도 한다.

시급만 본다면 대우가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술집 아르바이트를 했던 A씨는 "감정노동을 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거의 가식적인 얼굴을 있어야 했어요. 제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를 하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일해야 했죠. 혼자 오신 손님의 말동무가 되거나 술 취한 진상고객들을 받아줘야 했어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욕먹는 경우도 많았죠. 몇 살 이냐고 물어보면서 꼬장을 부리거나 돈을 안 내셨는데 먹은 적 없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고."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서빙, 안주 만들기, 청소 이외에 손님들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일도 맡게 된다. 그러는 도중에 손님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손님이 자신을 불쾌하게 했을 때, 알바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기가 힘들다. 특히 웃는 표정으로 진상 고객을 대하려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술집은 성희롱의 '무'안전지대


"'진짜 귀엽게 생겼다', '너 번호 좀 줘라', '언니가 돈 좀 챙겨줄게'라며 엉덩이도 만지고 성적 수치심이 느껴질 정도로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언젠가는 아주머니들이 '너 알바생 귀엽다'하면서 엉덩이를 두드리시는 데 저는 그게 상당히 싫었어요." - B씨

또한 술집은 모든 사업장에서 의무로 해야 하는 '성희롱 예방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할 의무가 있다. 10인 이상의 경우에는 전문 교육기관의 위탁해서 실시해야 하지만, 1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교육자료 도는 홍보물을 게시하거나 배포하는 방법으로도 예방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술집에서 일하는 수많은 알바노동자들은 성희롱 예방교육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취객에 의한 성희롱에 노출되기 쉬운 술집 알바의 경우,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못 할 시 성폭력이나 성희롱 상황에 대처하기는 더 어렵다.

야간수당 달라고 하기도 힘들어요

"처음에 이야기를 했어요. 야간수당 아시냐고요. 그런데 사장님이 그러는 거예요. '수습 기간이니까 그냥 일하라'고. 최저임금은 챙겨주니까 된 거 아니냐고 하는데 정말 열받더군요."

야간근로수당이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일한 것에 대해서 가산 지급되는 수당을 말한다. 야간시간에 손님이 몰리는 술집의 특성상 알바노동자들은 10시 넘어서까지 일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야간 근로 수당 또는 마감시간에 이어 더 일하게 되는 경우에 대한 추가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량진의 한 바에서 일했던 C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정까지 일을 한 뒤 마감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넘어서까지 손님이 있는 때는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하고 일을 더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제가 거의 12시에 마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손님이 제 시간에 안 가면 저는 거기 계속 남아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페이(pay)는 똑같은데. 사장님이 (마감시간이 되면 알바는) 퇴근을 시켜야 하는데, 제가 빠지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초반에 사장님이 저를 많이 챙겨주셨는데, 친하니깐 뭐라고 못했죠. 그냥 알겠다고 하고 시급은 그냥 자정까지만 받고 새벽 1~2시까지 일한 적도 있어요."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권리를 주장했다가는 사장님과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사장님과 친하다' 또는 '많이 챙겨준다'는 것이 절대 좋은 것은 아닌 셈이다.

알바 노동자들은 화장실 청소처럼 원래하기로 한 일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일을 하더라도 돈을 더 받지는 못할 때가 많다. 생활비나 등록금을 벌기 위해 또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야간노동과 연장노동을 하더라도 일한 만큼의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 하는 게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삶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천경서 시민기자는 알바노조 대학생기자단 기자입니다.
#아르바이트 #술집 #술집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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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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