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수 해변의 쓰레기들시원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먹고 마시며 놀 줄만 알았지 쓰레기를 가져갈 줄 모르는 사람들의 흔적
지요하
그러나 장명수를 두 발로 걸어서 가는 날보다 차를 가지고 가는 날이 더 많다. 특히 여름철 오후에는 해변의 긴 산그늘이 좋아서 꼭 차를 가지고 간다. 염전 옆 저수지(지금은 양어장) 근처 '장수정'이라는 이름의 정자 앞이나 두야리 농어촌공사 수문 옆에 주차를 하고 해변을 걷곤 한다.
장명수 해변을 걸을 때마다 신선한 갯바람, 짭짤한 갯내, 갈매기를 비롯한 갖가지 새들의 날갯짓, 물 위로 뛰어오르는 숭어들의 몸놀림을 접하노라면 절로 온몸에서 생동감이 넘치는 듯하다. 행복하고 감사하다. 장명수 해변을 걷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임을 실감하곤 한다.
장명수의 한쪽은 태안읍 남산리와 남면 진산리이고, 반대쪽은 근흥면 두야리, 안기리, 용신리이다. 내 선친의 고향은 근흥면 두야리다. 나는 두야리 추동에 300년 뿌리를 두고 있다. 두야리에서 성장한 선친은 소년 시절 자주 장명수로 가서 멱을 감았다고 한다. 장명수에서 몽산포까지 수영을 한 적도 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내 어렸을 적에 누이동생과 함께 선친을 따라 장명수에 가서 없는 말미잘을 찾아 한없이 갯벌을 걸었던 추억도 있다. 어렸을 적부터 장명수에 자주 가서 낚시질로 망둥이를 잡아오곤 했는데, 아버지는 내가 잡아온 망둥이로 찌개를 끓여 막걸리를 드시곤 했다.
장명수는 내 어렸을 적 추억의 그림들이 많은 곳이다. 그 그림들 때문에 지금도 자주 장명수에 가서 해변 걷기운동을 하는지도 모른다. 장명수 해변을 걸을 때마다 추억의 그림들이 너울거려서, 찔끔 눈물을 흘린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