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된 이완구 전 총리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날 이 전 총리는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며 "진실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유성호
나는 그때 이완구가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선생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을 보고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나자로 주교가 이완구 바오로의 '멘토'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내 아둔패기 꼴을 자각하며 몹시 무안해 하기도 했다.
그리고 깊은 허탈감 속으로 빠져들었다. 갖가지 비리와 의혹의 종합세트 같은 사람이 결국 총리 자리에 오르는 것도 내겐 난해한 일이었고, 그가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갑자기 신앙생활이 피로해졌다. 이상한 피로감 때문에 성당에 가기가 싫어졌고, 천주교 신자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완구 바오로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되어 고작 70일 동안 총리 노릇을 하고 물러나더니,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이 국회 청문회장을 '희극무대'로 만들며 총리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황교안도 하나님을 믿는다고 했다. 열렬한 개신교 신자라고 했다. 열심히 하나님을 믿고 살면서 신앙 광고도 많이 한 그 공로를 하나님께서 어여삐 보시고 보상을 해주신 덕인지 그는 국회 청문회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통과했다.
황교안은 이완구를 능가하는 비리와 의혹의 종합세트였다.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스스로 총리 후보를 사퇴한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에 비하면 그야말로 하나님의 은총이 창대한 사람이었다. 문창극도 열렬한 개신교 신자였는데, 그에게는 하나님의 은총이 작렬하지 않았으니, 하나님의 편애가 섭섭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황교안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가지 궁금증에 시달렸다. 황교안을 한사코 옹호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보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로 끝내 총리가 되지 못했던 장상과 장대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은 위장전입 문제 때문에 끝내 총리가 되지 못했다. 그런 사실을 새누리당 의원들이 기억이나 하는지, 나는 매우 궁금했다.
황교안을 옹호하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사실은 황교안과 같은 비리와 의혹들을 많이 장만해놓고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저들도 갖가지 의혹과 비리의 종합세트 같은 처지이기에 저토록 황교안을 옹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자신들도 언젠가는 청문회 자리에 설지도 모르기에 그때를 대비해서 비리와 의혹의 종합세트 같은 사람을 통과시키는 선례를 오늘 만든 셈이었다.
황교안을 옹호한 의원들 역시 같은 부류일 거라는 생각, 자신들의 앞날을 위해 오늘 확실한 선례를 만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들은 사실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나는 절로 곱송그려지는 심정이었다.
'잘 사는 나라, 바른 국가'의 정의 국무총리 황교안은 공안의 냄새를 짙게 풍기는 사람이다. 취임 다음날인 19일 국립묘지 현충탑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이런 말을 적었다. "호국 영령의 뜻 받들어 안전한 사회, 잘사는 나라, 바른 국가를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