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주보 상류에 떠오른 조류 사체는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최악의 상태로 강변을 따라 1/3 정도까지 뒤덮고 있다.
김종술
안녕하신가요?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6년 전 4대강 사업을 군사작전하듯이 밀어붙인 당신들께서는 세월호 참사 때처럼, 메르스가 창궐하기 시작했을 때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혹은 쉬쉬 했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홍수 예방, 수질 개선, 수자원 확보, 가뭄 해소, 생태 복원,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관광지 조성... 당신들의 장밋빛 청사진이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멀쩡한 강, 비단결 금강이 매일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기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환장할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과 함께 오늘 금강에 보트 한 대를 띄웠습니다(☞
페이스북 보트 생중계 바로보기). 당신들이 막아놓은 금강, 흐르지 않는 강의 죽음을 고발하려고 합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그곳에 창궐하는 큰빗이끼벌레와 환경부가 수질오염지표종으로 지정한 실지렁이들의 모습을 수중카메라에 담으려고 합니다. 시궁창에서나 볼 수 있는 시뻘건 실지렁이들이 금강에 살고 있답니다. 4대강 사업은 금강을 시궁창으로 만든 겁니다.
당신들이 4대강 사업을 할 때 내세웠던 구호는 '녹색 성장'이었습니다. 지난 3년간 많은 국민들은 당신들이 4대강에서 만든 걸쭉한 '녹조라떼'를 보아왔기에 그런 헛구호를 이제는 믿지 않습니다. 경제적 풍요를 상징하는 녹색성장이 아니라 강에 치명적인 독소를 내뿜는 녹조 창조 사업이라는 것을 익히 아는 것이지요. 금강에서 녹조는 큰빗이끼벌레와 함께 매년 상류로 올라오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그걸 보여드리려고 무인기를 띄울 예정입니다.
'괴물 기자'된 사연
아 참, 감히 전현직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쓰는 제 소개가 늦었군요. 충남 공주에 살고 있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백수'이지만 매달 오마이뉴스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이고 '김종술, 금강에 산다'라는 10만인리포트(☞
연재기사 보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당신들에게 편지를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자랑질을 좀 하자면, 금강의 물고기 떼죽음을 특종보도했고 공무원들의 물고기 사체 수습 과정을 몇 달 동안 추적보도하다가 정신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공산성이 무너졌을 때에도 현장 취재를 막는 공무원들에게 맞을 뻔 했는데 제 통장을 털어서 비행기를 띄운 뒤 특종사진을 건진 무모한 백수 시민기자입니다.
작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큰빗이끼벌레를 특종보도할 때에는 그 실체를 아는 전문가들이 없어서 직접 먹어본 뒤 그 부작용까지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괴물 큰빗이끼벌레'를 먹은 '괴물 기자'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일베와 수구언론들로부터 시달리기도 했지요.
저는 당신들 때문에 많은 걸 잃었습니다. 지역신문사 대표이기도 했는데 4대강 광고 압박을 견디지 못해 신문사를 빼앗겼습니다. 은행 거래도 막혔습니다. 금강을 취재할 수 있는 나의 유일한 발인 차량마저 압류될지 몰라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세우곤 했습니다. 월세 독촉에 시달리며 밤이면 혹시나 집주인이라도 찾아 올까봐 불도 켜지 못하고 살기도 했습니다.
죽어가는 금강이 준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