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학업 기대치
이나연
얼른 성장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방글이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바라보며, 특별히 해주는 것이 없는데도 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칭찬해주기는커녕 아이의 성취도보다 더 높은 목표를 만들어 놓습니다. 그만큼에 이르지 못하니 칭찬의 강도도 약하고, 내심 더 빠른 속도로 완성도 높게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땡글이는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가며 차근차근 기초를 다져나가고 있는데, 저는 늘 한 계단 위에서 왜 아이에게 이만큼 하지 못하느냐며 재촉하고 화를 냅니다. 어느 순간 한 계단 올라온 아이의 상태를 보면 바로 그 다음 계단에 올라서서 얼른 성장하라고 다그치죠.
아이가 저마다 가진 성장의 속도를 배려해주지 않고 왜 더 빨리, 잘 성장하지 못하느냐며 재촉하죠. 아이들이 공부한 지난 책들을 들여다보면서 그래도 아이들이 착하고 순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서운 엄마의 말이라 찍소리도 못하고 하라면 하는구나.
매일 놀이터에서 더 놀고 싶고, 집에 오면 TV 보고 싶고, 장난감 가지고 놀고 싶고... 얼마나 하루 하루가 재미있는 일 투성이일까요. 그런데 엄마가 내준 숙제 때문에 가끔은 할머니를 다그치기도 한답니다. 특히 방글이는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할머니가 갈 때가 되어서 그날 해야 할 한글과 수학을 못하면 우는 날도 있다고 해요.
비가 와서 놀이터에서 놀지 못한 날에는 "TV를 보기 전에 한글 수학 공부해야지!"라고 할머니가 말하면 마음이 급해도 또 책상 앞에 앉는다고 합니다. 매일의 학습량이 많지는 않지만 가랑비에 옷깃이 젖듯 아이들이 지난 반 년간 학습한 학습지의 숫자는 한글 10여 권, 수학 5권이나 됩니다. 어느 정도 읽고 쓰고 숫자를 알아보는 정도의 수준에도 이르렀구요.
이렇게 많은 결과물과 성취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제 태도는 늘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잘 하기를 요구합니다. 욕심이 많은 방글이는 엄마, 아빠가 땡글이를 사소한 일로 칭찬하면 "나는 더 잘해~"라고 투정을 부립니다. 그때마다 말로는 "너와 땡글이는 서로 다르다"고 말해주면서도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에는 은연 중 늘 비교하고 더 잘하기를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방글이가 욕심을 부리는 것은 모두 저를 닮아 그런 건데, 괜히 아이만 탓하고 있답니다. 아마 엄마의 욕심 가득한 마음을 들킨 것이 싫어서 아이가 욕심을 부린다며 혼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로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이가 가진 재능이 각기 다름을 인정하고 재능과 상관 없이 아이를 온전히 존재 그 자체만으로 사랑해주는 부모가 돼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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