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도 일해도 빚만 쌓입니다몸이 부서져라 일하는데도 가계부는 언제나 적자. 열심히 일해도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 월급으로는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박지미
최저임금을 결정하시는 위원님들께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어떤 꿈이 이뤄지길 바라나요? 초등학교 6학년인 제 아이에게 "네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아이는 수많은 꿈 중 하나를 꺼내 "제 꿈은 게임방송 진행자"라고 행복하게 말합니다.
아이들의 꿈은 매번 바뀌지만 현재 자신의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제 주변 친구들은 자신의 노후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 꿈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남들처럼 행복한 미래를 위한 꿈을 꾸지 못합니다.
제 꿈은 그저 마이너스 대출을 전부 갚고 나서 적자 아닌 가계부를 쓰는 것입니다. 매달 급여에서 마이너스가 늘어나는 절망이, 언젠가는 플러스가 되는 날을 꿈꿔봅니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제 삶에 더 이상의 마이너스가 없기를 바랍니다.
제가 처음부터 최저임금을 받는 회사에서 일한 것은 아닙니다. 결혼 전 10년 동안 제1금융권에서 근무했습니다. 여성으로서는 "최고"의 연봉을 받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를 거치면서 예전의 화려한 경력은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38살 즈음 다시 직장을 구하러 사회에 나왔습니다. 사무직 자리로 이력서를 여러 군데 넣어 봤지만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 또는 "금융권 경력이 부담스러워 받기 어렵다"였습니다. 결국 나이에서 걸리고, 고연봉 경력이 걸리고... 그렇게 찾은 일자리가 대형마트였습니다.
급여의 차이는 당연히 하늘과 땅입니다. 금융권에서 근무할 때는 근무 연수가 늘어갈수록 직책도 오르고 급여도 올랐지만, 마트는 근무 연수가 올라가도 직책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급여도 시급제라서 최저임금에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기에 입사 전 금액이나 현재 금액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입사 시 근무한 시간보다 지금 근무하는 시간이 회사 사정으로 줄었기에 제 급여는 정말 제자리입니다. 입사 8년차인데 말이죠. 제가 능력이 없어 급여가 늘지 않는 걸까요? 뼈 빠지게 일해도 매번 마이너스 가계부를 써야하는 현실, 너무 억울합니다.
최저임금 만 원, 희망을 꿈꾸게 하는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