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의 명소가 천 년 된 미라가 잠자고 있는 동굴 수도원이었다면, 리비우의 명소는 공동묘지다. 축축한 안개가 감싸고도는 묘지의 공기는 침묵처럼 묵직하다.
이수지
한 도시의 관광명소에 '죽음'이 연결되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 세상에 살아 숨 쉬는 사람보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숫자가 훨씬 많으니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사람은 죽으니까. 병이 들어 죽고, 사고가 나서 죽고, 혁명을 이루다, 독립을 위해 싸우다, 기근과 폭력으로, 죽으니까. 르비브의 사람들도 그렇게 죽어 갔으니까.
아티스트, 체조선수, 군인, 전쟁의 희생자가 잠든 리차키프 공동묘지는 리비우 도시의 과거다. 과거 한 번 화려하다. 14세기 폴란드의 지배를 시작으로, 리비우에는 폴란드인과 유대인, 우크라이나인, 독일인 등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왔다. 한때 폴란드의 일부였던 르비브는 오스트리아의 도시이기도 했으며, 헝가리의 도시이기도, 소련의 도시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 그런 민족이 그런 과거를 거쳐 지금의 도시가 만들어졌다. 한때는 다른 민족의 도시였던 곳. 지금은 우크라이나의 도시인 곳. 그리고 지금 이곳을 여행하는 나의 도시. 지나가는 여행자인 나는 생각한다. 솔로미야 크루셰니츠카가 얼마나 유명했건, 이반 프랑코의 문학이 얼마나 위대했건, 모두 지나간 날들이다.
로맨틱한 조각상으로 아름답고 슬픈 과거를 추억하고 있지만, 지금 이곳에 선 여행자의 눈에 가장 로맨틱한 건 역시, 세련된 조각상보다는 묘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리비우의 할머니다. 작은 동전 두 개를 받아들고 지어지는, 그녀의 주름진 미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