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에게 오늘의 추억을 편지로 전하세요" 우체통 위에는 그런 안내문이 붙어 있고, 아래에는 엽서가 놓여 있다.
정만진
고택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모두 거론할 수가 없다. 중언부언하자면 앞의 문단이 결코 만죽재고택과 섬계고택이 무섬마을의 옛집들 중에서 한옥 체험장으로 가장 뛰어난 곳이니 그리로 찾아가라는 '홍보'가 아니라는 말이다. 글을 쓰는 중이므로 글감으로 적당한 고택을 다루었을 뿐.
게다가 무섬마을에는 한옥체험수련관도 있다. 최대 80명까지 수용 가능한 집으로, 가족용 방도 별도로 갖추고 있다. 전통놀이, 다도, 천연염색, 풍등 날리기, 예절교육, 짚 공예, 별 보기 등 다양한 교육, 체험, 놀이를 체험할 수 있으며, 수시로 음악회와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무섬마을은 심지어 마을기념관까지 지어 놓았다. 이 점 역시 의성 사촌마을과 같다. 즐비한 문화재, 오랜 역사, 독립운동의 성지, 향약, 뛰어난 자연환경 등 찾아오는 이들에게 보여줄 것이 너무나 많다는 뜻이다.
마을기념관 대문에는 '느린 우체통'이라는 이름표를 단 빨간 우체통이 매달려 있다. 우체통 위에는 '소중한 사람에게 오늘의 추억을 편지로 전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고 우체통 아래에는 그림엽서까지 놓아둔 친절과 배려가 돋보인다.
엽서를 꺼내들고 내성천 강둑으로 올라선다. 멀리 영화와 사진으로 많이 본 적이 있는 다리가 강물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그리고 근래에 가설한. 하지만 느낌이 같아 정겨운 외나무다리 하나가 하류에 또 하나 놓여 있다.
평일인데도 다리마다 사람들이 걷고 있다. 젊은 정인들도 정겹게 손을 잡고 다리를 거니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나이 지긋한 부부와 여럿이 함께온 성싶은 벗들도 눈에 띈다. 그들은 이미 서로에게 '늦게' 당도할 편지를 띄우고 나서 저 다리를 걷고 있으리라.
언젠가는 이곳 무섬마을 같은 곳에서 한번 살아보아야 할 텐데...조지훈 시인의 처가에서 점심을 먹었으니 이제 그에게 답례를 할 차례가 되었다. 이곳 무섬마을에 처음 들어온 옛사람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시인 듯 여겨지는 <낙화>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 '무논도 밭도 없는 무섬마을 같은 곳에 거주하면 무엇을 먹고 사나' 싶은 걱정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주민'으로 한번 살아 보아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일어난 때문이었다.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