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마실을 떠난다. 이웃한 지등마을 오르막부터 넘는다.
최종규
어제 네 식구가 자전거 마실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안장이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다고 느꼈으나 해질녘이 되어 따로 살피지 못했다. 아침이 되어 자전거 안장을 들여다본다. 천으로 댄 덮개 아래쪽은 플라스틱 판인데, 이 플라스틱 판이 두 동강이 났다. 부러졌구나. 안장이 부러지는 일이 생기는구나.
자전거에 수레를 붙이고, 수레에 아이를 태우고, 다시 자전거에 샛자전거를 붙이고, 이 샛자전거에 아이를 태우니, 내가 앞에서 끄는 자전거는 힘을 몹시 많이 받는다. 오르막길을 달려야 할 적에는 안장도 무게를 대단히 크게 받으리라. 이 안장으로 예닐곱 해를 달렸으니 잘 버티어 주었다. 곧 새 안장을 마련해야겠다.
시골에서 바로 안장을 새로 마련할 길은 없기에 어설프나마 안장 밑에 종이를 대어서 눌림을 좀 다스려 본다. 부러진 안장으로 마지막 마실을 해 볼까 하고 생각한다.
아침을 일찌감치 먹었으니, 오늘은 해가 꼭대기에 오르기 앞서 길을 나서 볼까? 자, 얘들아, 마실 가자. 큰아이는 그림종이 한 장을 접어서 작은 가방에 넣은 뒤 멘다. 작은아이는 탬버린 주머니를 가방으로 삼아서 장난감을 챙긴다. "오늘은 어디 가게?" "천등산에 올라 보게." "천등산! 높잖아?" "괜찮아. 갈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