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을 시간도 없는 고3,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인터뷰] 여성가족부 장관상 받은 대구북구청소년참여위원회 권현진 학생

등록 2015.06.17 14:18수정 2015.06.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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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장래희망 설문 결과 공무원이 1위라고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을뿐더러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을 꿈꾸는 것이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서가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으로서의 장점 때문에 공무원을 꼽았다고 하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취업학원이 돼버린 대학에라도 들어가기 위해 수험생들은 입시에만 매달린다. 이들에게는 꿈을 꿀 시간조차 없다. 다양한 경험과 자극을 통해 자신의 꿈을 형성 해가야 할 청소년기를 책상 앞에서만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학교를 떠나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한 청소년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꿈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수험생을 만났다. 바로 지난 달 말, 대구 북구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을 통해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한 권현진 학생이다.

대구 북구 태전동에 살면서 영송여고에 재학 중인 권현진 학생은 올해 고3 수험생이라 인터뷰 시간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 토요일(14일) 오후 한 빵집에서 어렵사리 자리를 마련했다.

조금 늦었지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이번 수상의 계기가 된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권씨가 지난해 3기 북구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재작년 2기 위원으로 활동한 친구가 있어서 알게 됐어요. 곁에서 보다가 직접 해봐야겠다 싶어서 자원해서 신청했죠. 무엇보다 학생으로서 접하기 힘든 다양한 경험을 해본 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직접 손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은 수능준비로 어렵지만 내년에도 다시 해보고 싶어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워요. 북구청소년참여위원회를 알리는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친구를 통해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

 권현진 양은 올해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이다.
권현진 양은 올해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이다.김지형

권씨가 참여한 대구 북구청소년참여위원회는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구성된 기구로 지역에서 청소년에 대한 정책을 청소년들이 직접 다뤄보자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북구의 경우 매년 위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올해는 4기 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작년 한 해 활동하면서 초반에는 지방선거 시기에 청소년 정책에 대한 활동을 하고, 여름엔 세월호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해서 알아봤어요. 가을엔 지역축제에 대해서도 직접 부스까지 만들면서 참여했고요. 어느 것 할 것 없이 참 좋았어요. 하나하나 할 때마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도 전해주고 참 보람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수상에는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만이 아니라 평소 하고 있는 자원봉사활동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진 학생은 지난 3년간 거의 매주 봉사활동을 다녔다고 한다. 최근에는 고3이라 매주는 못나가고, 선린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센터에 월 1회 나가고 있다.

"중3때부터 했어요.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던 게 계기가 됐어요. 봉사동아리였는데 한두 번 봉사 활동을 하다 보니 점점 좋아지고 이게 내가 가야할 길이구나 싶은 거예요. 시작할 때는 이렇다 할 꿈도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사회복지사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앞으로 진학도 사회복지과로 갈 생각입니다."

작년 한 해 받은 크고 작은 상장 수두룩

 지난해 수상한 대구시장 상
지난해 수상한 대구시장 상김지형

 얼마전 수상한 여성가족부 장관 상
얼마전 수상한 여성가족부 장관 상김지형

권현진 학생은 사실 이번 장관상만이 아니라 그동안 크고 작은 상을 많이 받았다. 특히 작년에 많이 받았는데 자원봉사 사례 공모로 대구시장상, 마약퇴치운동본부 감상문 공모에 참여해 받은 교육감상, 응급처치 경연대회에 참가해 적십자사에서도 상을 받았다. 이밖에 자원봉사 사진 공모전에서도 수상한 적이 있고 조만간 대구보건대학교에서 주는 인당봉사상도 받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에 상을 좀 많이 받았어요. 고3이 되면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이것저것 모두 열심히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하다 보니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해주셨어요. 상을 노리고 한 활동들은 아니지만 받으니까 기분이 좋더군요. 추천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혹시나 이렇게 받은 상들이 진학에 도움은 되지 않을까 싶어 물어보니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요즘은 서류상에 교육부장관상이 아니면 기재도 불가능하고 소위 말하는 스펙으로 써먹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자기소개서에 소개하는 정도로는 쓸 수 있겠지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부모님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고3이 되기 전까지 매주 나가는 봉사활동만 하더라도 신경이 쓰였을 것 같았다.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도 그렇고 늘 제 생각을 존중해 주셨어요. 고3이 되면서 시간을 너무 할애하지 않았으면 하신 적은 있지만 좋은 경험을 많이 하는 건 좋다고 하셨죠. 물론 상을 받을 때면 무척 기뻐하셨어요. 특히 이번 장관상은 영광이라시면서 좋아하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거니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고 하세요."

사회복지 정책을 다루는 사람 되고 싶어

 시상식 당시 모습
시상식 당시 모습김지형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듣긴 했지만 앞으로의 꿈과 계획에 대해 물어봤더니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을 하기 전에는 그저 자원봉사를 전문으로 하는 사회복지사가 꿈이었는데, 지금은 좀 바뀌었어요. 우선 대학에 가서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경험해보고 싶구요. 나중엔 사회복지에 관한 제도나 법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직접 하는 봉사활동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이 미치는 게 중요하겠다는 걸 배웠어요. 어떻게 그렇게 할지는 아직 고민이지만 위원회 활동이 저에게 미친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아직도 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수험생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권씨 주변에도 상당수 친구들은 아직 장래희망도 불투명하고 진학을 어디로 할지도 고민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권씨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꿈은 누가 시켜서 만들어지지 않는 건데 고3이 되면 정작 그 꿈을 만들고 찾을 시간이 없어요. 수능이 이제 5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친구들 중 절반은 아직도 꿈은 물론이고 가고 싶은 대학이나 과도 없어요. 이런 저런 경험과 자극을 많이 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워요."

대화하는 내내 가장 크게 느낀 건 바로 자신감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통해 키워가는 장래희망, 그리고 당장의 진학까지 스스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현진 학생의 자신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훗날 정부나 국회에서 사회복지 정책을 만드는 권현진씨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지금의 자신감이라면 상상으로 끝나지 않을 듯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작은 언론 <대구강북신문>(www.kbinews.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장관상 #사회복지사 #고3의 꿈 #대구 #권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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