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용문사 은행나무에 깃들어 사는 식물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김민수
용문사에는 1100살 즈음된 은행나무가 있다. 방문할 때마나 이 나무 전체를 담아보고 싶었지만, 담을 수가 없었다. 먼 곳으로 가면 그 숨쉬는 듯한 표정을 보지 못하고, 광각렌즈의 힘을 빌리면 지나치게 왜곡되기 때문이다. 그냥 다 담지 못해도 가까이에서 세월의 흔적들을 살펴보는 것이 나는 더 좋다.
은행나무의 옹이는 고난의 세월을 뜻한다. 저 옹이에 은행나무의 가장 깊은 향이 스며있을 것이며, 다른 부분보다도 훨씬 더 단단할 것이다. 그토록 단단한 옹이에는 민들레, 닭의장풀, 일엽초, 뱀딸기, 양지꽃 등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다래나무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뿌리를 내린 것이 아니라, 은행나무가 품은 것처럼 보였다. 다른 존재도 제 품에 품어버린 것이다. 그곳에서 1100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도 불자가 되었고, 더 나아가 다른 존재들을 품으면서 부처가 된 것이다.
천 년의 세월, 감히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의 시간이다. 고작해야 한 세기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인지능력을 넘어서 있는 듯한 은행나무, 오랜 세월은 그를 그렇게 부드럽게 만들었다. 제 몸에 다른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것을 허락할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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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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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존재도 제 품에 품어버린 1100살 불자를 만나고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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