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썰전>의 한 장면.
JTBC
그간 <썰전>은 초기 신선함과 달리 자꾸 뒷걸음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출연자들의 막말에 가까운 발언들이 물의를 빚는 종편 특유의 직설과 달리 예능감과 균형, 날카로움까지 지녔던 <썰전>. 허나 박근혜 정부 들어 연이어 터지는 센 이슈들 앞에서 역으로 정보 정리의 기능이 강화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 중심에 강용석이 위치한다.
돌아가 보자. 강용석이 고함을 쳤던 배경에 박원순 시장 아들 재판과 관련된 의혹을 끈질기게 제기했던 일이 있다는 것을. 다수는 기억한다. 박원순 시장이 무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앞둔 국회의원 강용석을 민형사상 문제제기 없이 '용서'했다는 사실을.
지난 2002년 2월 23일 박원순 시장은 아들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당시 국회의원을 포함해 의혹을 확대재생산한 모든 이들을 용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강용석은 "박원순 시장이 저를 '용서'한다고 말했는데 이런 표현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는 발언으로 맞대응했었다.
강용석이 언급한 대로, 이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은 맞다. 박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7인이 고의성을 가지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다. 박원순 시장이 원고다. 그리고 이 재판 관련 보도에 '열중'하고 있는 매체는 '뉴데일리'가 거의 유일하다. "박 시장이 기사로 덮으려 한다"는 문제제기는 어불성설인 것이다.
<썰전>은 강용석이 박 시장을 '저격'하는 것을 '예능'으로 포장해 줬었다. 흥미로운 점은 평소 <썰전>의 균형감이다. 이철희 소장이 야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비교적 중립을 지키는 쪽이라면 강용석은 여당에 불리한 발언은 사실 위주로 짚거나 말을 아끼는 쪽을 택해왔다. 반면, 상대 진영을 공격할 땐 '고소남' 때로 돌아간 듯한 파이팅을 보인다. 비교적 중립적이라는 <썰전>이 이 정도다.
이날 <썰전>이 문제적이었던 진짜 이유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 실책이란 주제 자체에 있다. 어떤 주제를 선정하느냐가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상식적이라면, 정부 대응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방송에서도 소개된 바, 34%라는 지지율이 이를 잘 드러낸다(물론 강용석은 이 조사 자체에 회의를 품었다).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민적인 관심 사안과 불안 정국에서조차 박 시장 개인의 문제를 덧씌우고 치환하려고 할 때, <썰전>은 강용석의 표리부동한 태도와 함께 여타 종편 토론프로그램의 위치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반대급부로 이철희 소장의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메르스 사태 앞에서 누가 불안을 조장하는가 안타까운 것은 강용석의 저 관점이나 태도들이 종편을 넘어 진영 논리의 틀에 포획된 이들에게서 손쉽게 발견된다는 점이리라.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 시점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비판할 점은 비판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메르스 대책 관련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통'과 '무시'로 일관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보건 당국의 무능함과 무대응에 못 이겨 광역단체장이 직접 대책을 세우고 액션을 취하는 일은 환영받아 마땅할 일이다. 그 시점에 있어서도 비판을 받을 여지는 크지 않다. 의료계 전문가들조차 인정하는 사안이다. 불안에 떨었던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여론 조차 신속한 대응이 있었다면 피해가 적었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메르스 사태'처럼 국민의 안전을 건 사안에까지 '색깔'을 덧씌우는 것이야말로 이 나라의 안전 시스템보다 정신건강 체계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와 다를 바 없다. 이제 와서는 그 누구도 정보의 신속한 공개가 메르스의 불안을 더 키웠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 안보 앞에 좌우가 없듯, 메르스 사태 앞에서의 진영 논리 또한 '백해무익'이다.
공식 보도자료 배포 이전 SNS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개했던 이재명 시장은 <썰전>에서 "팔로어 수 늘리려고 메르스 관련 성남시 정보를 공개 했느냐"고 비판한 강용석에게 이렇게 맞받아쳤다.
"강용석의 정신세계 수준을 알 수 있는 멘트. 부처 눈엔 부처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답니다."메르스 사태가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전국민들의 관심사가 모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사안별 비판과 냉정한 판단이 더 필요할 때다. 강용석이 과연 다음 주 <썰전>에서 황교안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논평할지 벌써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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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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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의 박원순 흔들기... 그는 왜 핏대 세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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