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ows 10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10
Microsoft
그리고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0 정식 버전이 오는 7월 29일부터 전세계 190개국에서 111개 언어로 동시에 출시된다고 밝혔다. 가격은 윈도10 홈에디션이 119달러, 프로페셔널이 199달러, 윈도10 홈에서 프로페셔널로 업그레이드하는 윈도10 프로팩이 99달러인데, 이는 윈도 8의 최신 버전인 8.1과 비슷한 수준이므로 아마 한국에서도 종류별로 (윈도8.1의 국내 판매가격인) 14~23만 원 내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할 점은 MS가 출시일과 가격을 밝힌 게 자발적으로 이뤄진 건 아니라는 것이다. 5월 29일 유통업체 뉴에그에서 잘못된 출시 정보가 유출됐고(날짜와 금액이 달랐다), 이미 유출된 거짓 정보를 교정하는 차원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둘러 급하게 일정을 발표한 걸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세부사항에서 아직 좀 불확실한 부분들도 있으며, 언론매체들마다 약간씩 다르게 보도된 지점이 있다. 어차피 다음 달 출시일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명확해지겠지만, 아무튼 몇 가지 사소한 차이들이 있다는 점은 유념하길 바란다. MS 운영체제 부문 부사장 조벨 피오레는 "(윈도 10은) 출시 직전까지 계속 다듬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Windows 10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1. 마이크로소프트, 고객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 시작하다많은 사람들이 윈도10의 특징을 말할 때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을 가장 먼저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이것이 주목되는 파격적인 정책인 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이는 표면적인 변화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윈도10을 만들면서 다시금 MS가 일반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시작했다는 점인 것 같다.
원래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제품을 개선하고 또 개선하는 개인용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IBM이라는 공룡을 이용해서 윈도 운영체제를 어떻게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온 힘을 다했던 1990년대 중반까지는 말이다.
그렇지만 회사의 덩치가 커지고 2000년대가 되면서 MS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치중하는 회사가 됐고,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 확보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 이때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반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들에 대한 감각을 서서히 잃어갔고, 스스로 공룡이 되어버린 MS는 개인들의 피드백은 무시하면서 기업들의 전략적 요구에 맞는 제품을 주로 만들었다. 일반 고객들과 점점 더 멀어진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빠르게 확산되던 대중의 모바일 욕구를 따라잡지 못했고, 끝내 애플과 구글에 밀리며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기업으로 추락하고 만다.
이와 같은 수동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말 그대로 '서비스로서의 윈도'를 내세우는 변신의 출발점이 바로 윈도10이고, 이는 2014년 9월 30일에 새로운 운영체제와 함께 발표된 'Windows Insider Program'에 잘 나타나 있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는 전세계의 고객들과 함께 완성해가는 '투명하고 열린' 운영체제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2. 컨티뉴엄(Continuum)과 유니버설 앱(Universal Apps)다른 윈도 버전들과 마찬가지로 윈도10에도 수많은 신기술들이 적용되었고, 이런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를 맞아 윈도10이 근본적으로 개념적 발전을 이룩한 부분이 개별 기술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게 바로 컨티뉴엄(Continuum, 연속체)이다. 몇 년 전부터 애플마니아들이 열광했던 콘셉트인 '연결성(Continuity)'과 비슷한 개념인데, 쉽게 말해서 어떤 작업을 함에 있어 기기별로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 UI)을 자동 전환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블릿PC에서 터치스크린으로 작업을 하다가 키보드를 연결한다면 윈도10이 자동으로 유저 인터페이스 자체를 노트북 화면처럼 변경해준다(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스마트폰 · 데스크톱PC · 스마트TV 등에서도 각 기기 이동이 동일하게 연속성을 갖고 이뤄진다.
이렇게 윈도 10을 사용하는 모든 기기가 UI 자동 전환을 지원하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와 클라우드 서비스만 이용 가능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디스플레이(모니터)·마우스·키보드와 같은 입출력 장치를 아무 기기에나 자유롭게 연결해서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결국 이용자의 의도와 필요에 따라 윈도가 자동으로 최적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윈도10에서는 유니버설 앱이 도입됨으로써, 고객이 어떤 기기를 사용하든 오피스 프로그램이 최대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는 윈도 10과 함께 기본으로 탑재되는데, 사용자의 기기 종류에 따라 MS 오피스도 반응 방식이 가장 최적화된 형태로 제공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적응형 UX를 통해 기기마다 가장 적합한 UI를 구현하며, 각 디스플레이 크기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입력 방식도 변형되는 것이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는 안드로이드나 iOS 앱을 윈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툴이 제공되기 때문에, 아마도 이제까지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 비해 굉장히 열세였던 윈도 앱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윈도10은 개념적으로는 컨티뉴엄, 실질적으로는 유니버설 앱 도입을 통해 기기에 상관없이 모든 프로그램들이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동기화 되도록 만들었다. 결국 윈도 10은 구글이나 애플처럼 윈도 '생태계'를 확산시키고, 앞으로 다가올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개방과 협업'의 운영체제인 것이다.
3. 코타나(Cortana), 엣지(Edge), 윈도 홀로그래픽(Windows Holographic), 다이렉트X 12(DirectX 12) 등등MS는 윈도10과 함께 음성지원 개인비서 소프트웨어인 코타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IE) 이후의 차세대 브라우저인 엣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구현을 위한 윈도 홀로그래픽, 멀티미디어 환경 향상을 위한 다이렉트X 12를 발표했다.
각 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기사들이 나왔으니 여기서까지 굳이 다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나 해당 기술의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간략히 코멘트를 남긴다.
-
코타나(Cortana): 윈도10이 설치된 모든 기기에 탑재되는 가상의 디지털 개인비서다. 기존에는 이런 음성서비스가 모바일 기기에만 들어갔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탑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 당장은 전체적인 완성도가 훨씬 떨어지겠지만, 어쨌든 영화 <그녀(Her, 2013)> 속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프로그램인 '사만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윈도10의 다른 신기술들과 다 연동되지만, 안타깝게도 코타나는 아직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
엣지(Edge): 단순함과 속도향상에 중점을 둔 MS의 새 브라우저다(프로젝트 스파르탄). 윈도 10에 기본 탑재되는데, 그렇다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아예 쓸 수 없게 되는 건 아니다. 이용자가 IE 11과 엣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액티브X(ActiveX)를 비롯한 외부 플러그인도 필요하면 IE 11을 통해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미 알려진 대로, 엣지는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는다. 향후 인터넷 익스플로러 지원이 줄어들 게 뻔하니, 이와 관련한 국내 정책의 대대적 변화가 요구된다.
-
윈도 홀로그래픽(Windows Holographic): 앞으로 가장 유망하고 핫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는 증강현실(실 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과 가상현실을 MS가 윈도10을 통해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윈도 홀로그래픽은 HPU(Holographic processing unit)를 탑재한 무선 HMD(Head Mounted Display,보안경이나 헬멧형 기기로 눈앞에 있는 스크린을 보는 영상 장치)인 '홀로렌즈(HoloLens)'와 사용자가 홀로그래픽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홀로스튜디오(Holo Studio)'를 지원한다.
-
다이렉트X 12(DirectX 12): 게임과 같은 멀티미디어 성능 향상을 위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이렉트X를 지속적으로 버전업 해왔다. 이번에 윈도10에서는 DirectX 12가 탑재되는데, 서로 다른 제조사의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장치)를 동시에 활용하는 '멀티 GPU'를 지원한다고 알려졌다. 한마디로, AMD 라데온과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하나의 PC에 연결해서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이렉트X 12는 게임 성능 향상은 물론, 전력 소비까지 줄여준다고 한다.
4. 무료 업그레이드와 재설치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10 발표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이었다(그리고 가장 혼동을 많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제품 자체의 가격은 119달러와 199달러지만, 최신 윈도7과 윈도8 업데이트의 '예약 링크'를 통해 사용자들은 기존 윈도에서 윈도 10을 1년 동안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윈도7과 윈도8 최신 버전 사용자들은 윈도10 출시 이후 1년 동안은 무료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고, 이렇게 업그레이드 한 사용자들은 그 이후에도 재설치가 가능하다고 한다(윈도7은 서비스팩 1이 미리 설치되어 있어야 하고, 윈도8은 8.1이 설치된 상태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