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설명서
이윤기
이번에 카드 회사에서 보내 준 '신용카드 핵심 사용설명서'를 보니 아주 애매한 문구로 신용카드 이용한도액을 회사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정해 놓았더군요.
"카드 이용한도는 카드 발급을 신청할 때 회원이 신청한 금액과 카드사의 심사기준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회원이 신청한 금액 이내에서 책정되며, 회원의 신용한도가 변동되었을 경우 카드회사는 회원의 이용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이 문장의 앞 부분만 보면 회원이 신청한 금액이내에서 이용 한도액이 정해지는 것 같지만, 뒷 부분을 읽어보면 회원의 신용한도가 변동되었을 경우, 예컨대 회원이 연체를 하지 않고 카드 사용을 많이 하는 경우 카드회사는 회원의 이용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것입니다.
신용카드가 아니라 부채카드 입니다약관에는 '조정'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 조정이라는 말은 신용이 나쁜 경우의 감액을, 신용 상태가 좋은 경우의 증액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신용카드 회사가 회원의 신용을 평가하여 자기들 마음대로 이용한도를 증액할 수 있도록 약관으로 정해놓은 것이지요.
더 큰 문제는 이런 한도 증액을 소비자에게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신용카드 회사가 아무 때나 임의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도 모르는 새 지갑 속에 들어 있는 50만 원짜리 신용카드가 500만 원짜리 신용카드로 바뀌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신용카드 한도액이 500만 원이면 지갑 속에 현금 500만 원을 넣고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용카드가 안전한 결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신용카드 복제 사고가 빈발하고 있고 도난, 분실 등에 따른 부정 사용으로 인한 소비자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도난, 분실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 할부거래나 일시불 거래는 보험처리라도 할 수 있지만 '현금서비스' 부정사용은 대부분 소비자 과실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현금서비스를 받을 일이 없는 소비자는 신용카드에서 현금서비스 한도를 0원으로 낮춰두면 그 만큼 도난, 분실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자신의 신용카드 사용패턴을 잘 분석하여 이용한도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신용카드 회사들은 어느 회사나 가릴 것 없이 은근 슬쩍 빚을 내 더 많이 쓰라고 권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가 잠깐만 방심해도 이용(빚) 한도를 자꾸 증액 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호시탐탐 소비자의 잔고와 지갑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입니다. 신용카드는 '신용'이라는 이름처럼 믿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기도 모르는 새 빚쟁이가 되지 않으려면 당신 지갑속 '부채카드''를 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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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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