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병원 앞 마스크 행렬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이 정문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병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희훈
화창한 주말, 아이들과 함께 경기도 인근 처갓집에 갔다. 토요일 오전에 출발해 일요일 저녁에 귀경할 계획이었다. 아침도 거른 채 이른 아침에 출발했는데 길이 막혔다. 오후 1시에 처갓집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은 뒤 낮잠을 잤다. 꿀잠에서 깬 오후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잠에서 깨니 놀라운 뉴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동네에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는 뉴스였다. 순간 뒤통수를 강타당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는 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막연했던 걱정이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불안감 속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무렵, 둘째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시계를 보니 오후 8시였다. 토요일 오후 내내 유치원 선생님들의 회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휴원이라고 안내해주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일개 유치원에서 토요일 저녁까지 회의를 하면서 휴원을 고민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다른 의문은 첫째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하는 답답함이었다.
잠시 후, 아내의 단체카톡방(단톡방)에 불이 났다. 첫째가 다니는 반 엄마들의 단톡방이다. 엄마들은 토요일 밤이었음에도 이리저리 정보를 수집하느라 분주했다. 한 엄마가 다음주 우리 지역 휴교 명단을 어디선가 입수했다(다음날 확인하니 그 정보는 정확했다).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빠져 있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부터 나는 큰 애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계속 전화를 걸었다. 휴업 계획이 있는지, 관련해 회의라도 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전, 오후 거듭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이번에도 아내 단톡방에 소식이 올라왔다.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이미 휴업은 결정됐지만 운영위원회를 거쳐서 학부모에게 공지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 사람의 말은 정확했다. 오후 3시 운영위원회가 끝나자 아내의 전화로 휴업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잠시 후, 경기도교육청에서 일주일 내내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강제휴업을 결정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두 아이 모두 휴업 대상 기관이었다.
나와 아내는 직장을 다닌다. 두 아이가 다니는 교육기관의 일주일 동안 휴업이 확정됐다. 곧이어 아이들이 다니는 태권도, 피아노학원 등에서도 휴관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두 아이를 일주일 동안 어떻게 돌볼지 막막했다. 메르스 비상사태인 것도 알겠고, 아이들을 위한 휴업인 것도 알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돌봐야 한다는 말인가. 졸지에 메르스 이산가족이 된 맞벌이 부부들은 무기력했다. 그리고 화가 났다.
안심하고 믿어달라는 정부에게... "도대체 원인이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