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기사 아저씨, 책수레 '첫 대출'

[책수레 봄수레 ③] 노동과 마을의 합체, 마을버스 종점에서 시작될까

등록 2015.06.05 13:53수정 2015.06.20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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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버스 기사아저씨 첫대출 현장
마을버스 기사아저씨 첫대출 현장김동규

지난 4일 책수레 봄수레 3번째 날. 개인적으로 화장실 문이 고장나 30분 이상 갇히는 큰 시련이 있었고, 책수레는 30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나는 책수레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돌입했다. 책수레 첫날 만났던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호객을 시작했다.


아저씨는 책수레로 오더니, "책 이야기보다 은행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안 해준다, 신용 등급 확인하면 등급 내려가는게 맞냐, 일반버스 회사로 옮기려면 문제가 되지 않겠나, 마을버스 기사들 최저 임금밖에 못받는다, 최저 임금 올라가면 마을버스 기사들이 제일 좋아한다. 사고나면 본인이 책임지라고 한다" 등 금융 상담에 노동 상담까지 해오신다.

"다음주에 또 봐요"

 구두방 아저씨 책수레 단골인증 현장
구두방 아저씨 책수레 단골인증 현장김동규

"제가 신용불량자 해봐서 아는데..." 이래 저래 함께 수다떨다가, "무자격 금융 상담, 노동 상담 말고 카페에서 진짜 법률 상담, 노동 상담도 합니다. 카페로 한번 시간될 때 오시라", " 바쁘면 전화 상담이라도 하라"며 버스 종점 길거리 수다를 아름답게 마감했다. 아저씨는 조선왕조실록 18권 빌려갔다. 노동과 마을의 소박한 합체. 왠지 아파트 앞 마을버스 종점에서 이뤄질 듯한 느낌적 느낌이 온다. "다음주에 또 봐요" 인사 나누는데 가슴 한 쪽이 따뜻해진다.

이동 경로를 확대해 아파트 단지 내로 책수레를 끌고 들어갔다. 때마침 알뜰장터가 열려 책수레를 정차하고,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새참으로 잔치 국수, 열무 국수 한 그릇씩 먹었다.목요일마다 알뜰 장터가 열린다고 하니, 책수레랑 스케줄이 찰떡궁합이다. 다음주에 또 와야겠다.

영등포역 출입구쪽에는 책수레 단골 손님이 슬슬 생겨나기 시작했다. 구두방 아저씨는 책수레를 보자마자 지난 주 빌려 간 책을 반납하시고 또 책을 빌려가신다. 책 한 권은 너무 빨리 끝난다고 <조선왕조실록> 두 권을 빌려달라고 하신다. <조선왕조실록>이 20권까지니 구두방 아저씨는 두 권씩 해도 10주 동안 단골손님이 되시겠다. 고가 밑 과일 가게 아주머니는 책을 보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더니, 오늘은 <미생>을 추천해드리고 1, 2권 같이 빌려드렸다. <미생>은 총 10권이다. 이렇게 책수레 봄수레 단골 손님을 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하,


 책수레는 놀이다.
책수레는 놀이다.김동규

카페 봄봄으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송곳> 1권 빌려가신 분이 책수레 지금 어디 있냐고 찾는 전화였다. 책수레 마감 시간 지났지만, 오늘은 기분 좋게 책 배달 서비스까지 해드렸다. <송곳> 2, 3권 대여해드리고, 1권을 받으러 갔다. 동네 마트 건물 5층. 학원 선생님이셨구나. 다음에 직접 카페로 반납하러 오시겠단다. 이렇게 동네를 알아가고, 사람을 알아가게 된다.

책수레는 놀이다. 책수레는 사랑방이다. 책수레는 상담 센터다. 책수레는 또 그 무엇이다. 책수레 봄수레 단골 손님이 늘어가고 있다. 좀 더 행복한 고민을 해야겠다. 좀 더 재미있는 상상을 해야겠다. 어깨에 힘을 빼고 발걸음을 사뿐사뿐. 즐기는 사람이 이긴다. 책수레 봄수레 일기 끝.
덧붙이는 글 카페봄봄은 매주목요일 오후 2시 책수레봄수레를 끌고다닙니다.
카페봄봄은 영등포역1번출구 1분거리 초역세권 노동자마을카페입니다.

이 기사는 <봄봄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책수레봄수레 #카페봄봄 #영등포역 #책대여 #마을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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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1번출구 초역세권 노동자마을카페 <카페봄봄>과 마포구 성산동 <동네,정미소>에서 주로 서식중입니다. 사회혁신 해봄 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경제민주화네트워크에서 변화를 꿈꾸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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